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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 승계전쟁…길기완-권지원의 불안한 동맹
윤기쁨 기자
2026.02.04 07:40:23
예비 1위 권지원 자격미달 낙마 후 1-4위 동맹해 뒤집은 판세…연합정권 딜레마 시작
이 기사는 2026년 02월 03일 09시 0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emini.

[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의 차기 수장으로 선출된 길기완 대표가 출범과 동시에 연합정권이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논공행상 문제와 분열된 내부세력의 재통합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실제 새 리더로 선출된 길기완 대표는 출마와 포기, 재출마를 번복하며 고락의 모습을 보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격미달로 출마를 중도에 포기한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와 연대를 맺은 것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이른바 홍종성 총괄대표를 견제하려는 세력들이 결집해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는 연합 세력 간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 통합하느냐가 향후 조직의 운영 방향을 결정할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길기완 대표의 승리로 막을 내린 이번 선거는 당초 권지원 세무자문 대표와 서정욱 감사그룹장, 장수재 회계감사 대표, 길기완 경영자문 대표 등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초반 판세는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권지원 대표가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업계 1위인 삼일PwC가 서울대 출신 수장 체제로 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진도 기존 고려대 라인에서 벗어나 서울대 리더십을 수혈하고 대외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부 쇄신론이 힘을 얻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권지원 대표의 회계감사 경력 미달이 선거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가 됐다. 현행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및 금융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의 대표이사는 10년 이상의 회계처리 또는 외부감사 실무 경력을 갖춰야 한다. 회계감사는 법적으로 회계법인에게만 허용된 고유 업무인 만큼 이를 총괄하는 대표에게 정통성과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부분의 대형 회계법인 수장들은 회계감사 경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25년간 세무 전문가로만 경력을 쌓아온 권 대표는 회계 분야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출마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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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가 좌절된 권 대표는 지지율 최하위로 고전하며 이미 사퇴 이사를 밝혔던 길기완 대표와 손을 잡는 전략적 제휴를 선택했다. 당시 유력 주자였던 서정욱 그룹장이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중도 사퇴하고, 홍종성 현 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장수재 대표가 부상하던 시점이었다. 


사실 경선 레이스 도중에는 장수재 대표가 잠시동안 홀로 남게 되면서 싱거운 승리가 이뤄질 거란 예상도 나왔다. 예비 지지율 1위의 권지원 대표가 자격미달로, 2위의 서정욱 그룹장이 개인적인 문제로, 길기완 대표가 지지율 최하위에 따른 중도 포기로 줄줄이 낙마하면서 장수재 대표만이 찬반 투표를 하는 상황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 파트너들은 장 대표의 집권은 홍종성 현 총괄대표의 유신과 다름 없다는 인식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홍 대표가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사실상 해체 직전까지 갔던 회사를 살려낸 공신은 맞지만 그렇다고 오너와 비슷한 수준으로 격상되거나 종신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발하는 젊은 파트너들이 상당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홍 대표 이전에 정점에 섰던 함종호 전 대표와 장수재 후보까지 모두 고려대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딜로이트 내부에서는 특정 학맥의 편중을 경계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지적된다. 


결국 이런 여론이 비등하자 자의반 타의반 낙마한 후보들이 연대하기 시작했고, 일단 길기완 대표가 사퇴를 번복해 출마를 강행했다. 이후 권지원 대표를 둘러싼 서울대 라인이 지지 기반을 마련했고, 여기에 특정 학벌 중심 경영에 피로감을 느낀 파트너들이 동참하면서 표심이 결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맥락에서 어렵사리 이룬 승리 후에 남는 후과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연합 동맹 전략으로 길기완 대표가 승기를 거머쥐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독자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선거 승리의 일등 공신인 권지원 대표 측의 기여도를 고려하면 이에 상응하는 인사나 논공행상 수준의 역할 분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길기완 대표는 기존 측근들과 권지원 대표 측 세력 간의 알력 다툼이나 업무 조정 과정에서 잡음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길기완 대표 입장에서는 결정적 조력자인 권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출범 직후부터 조직 안정화라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선거에서 이겼지만 그동안 하우스 내에서 유력한 자리를 꿰찼던 고려대 라인을 포용하는 문제도 조직 안정화에 필수적이다. 홍종성 총괄대표나 장수재 후보를 지지했던 파트너 규모가 200~300명 이상으로 추산되기에 이번 연합 체제와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길 대표가 반대 여론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임기 동안 내부 갈등이나 의사결정 지연 등과 같은 경영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 관계자는 "취임 직후 단행될 본부장급 인사와 조직 개편이 길 당선인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길기완 대표 임기는 오는 6월 1일부터 4년 간인데 이 기간 동안 하우스 내부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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