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규제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논의의 무게중심은 법적 타당성을 넘어 규제가 투자자들에게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TF는 최근 정책 보고를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공시·발행 규율과 함께 거래소 지배구조 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소의 지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제정되면 기존 신고제 기반의 가상자산사업자에서, 인가제를 통해 보다 강한 공적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인가를 받는 거래소는 사실상 영구적 영업 지위를 부여받는 만큼 그에 걸맞은 지배구조와 책임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의 수수료 수익과 운영 권한이 특정 개인에게 집중될 경우 이해상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ATS)의 지분 제한 사례를 근거로, 가상자산 거래소 역시 공공 인프라에 준하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지분 제한이 책임을 강화하기보다는 오히려 책임 주체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대주주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이용자 자산 보호와 사고 발생 시 최종적인 부담을 지는 핵심 주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주요 거래소들은 즉각적인 지배구조 개편 리스크에 노출된다. 현재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특수관계인 포함 28% 이상)과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53%대) 등은 규제 상한선을 크게 웃돈다.
실제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인위적인 지분 분산은 책임 경영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분이 쪼개질수록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지고, 위기 상황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규제 논의가 투자자의 시각을 바꾸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 산업은 초기부터 높은 변동성과 제도 불확실성을 감내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런 환경에서 창업자는 장기간 리스크를 부담하며 사업을 키워왔지만 일정 성장 단계에 도달한 이후 지배력 축소 가능성이 상시화되면 성장 전략 자체를 다시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투자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책 변화로 지분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례가 생기면 투자자는 엑시트 시점과 구조를 보수적으로 재설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내 가상자산·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지분 제한이 법제화될 경우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대주주 지분 매각은 불가피해진다. 이 과정에서 단기간 내 대규모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시장 가격 왜곡과 정상적인 거래 형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신뢰성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업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크지 않다. 시장에서는 지분 규제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내부통제와 이해상충 방지 체계 고도화 등 보다 정교한 방식이 책임성과 혁신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의 명분이 아무리 공공성 강화라 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성장 이후의 불확실성을 더 크게 인식하게 되면 합법적인 우회 전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해외 법인 중심의 구조 전환이나 성장 속도 조절 같은 선택지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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