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보험업계는 성장 둔화와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경영 전략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험사들은 내년 도입 예정인 기본자본 중심 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손해율·사업비 예실차 가이드라인에 맞춰 비용 구조와 영업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 여기에 IFRS17 체제에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 경쟁까지 격화되면서 보험사 간 전략 차별화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주요 보험사들의 대응 전략과 향후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동양생명보험이 우리금융지주 편입 이후 기업 성과 평가 지표에 지급여력(K-ICS·킥스)비율과 듀레이션 갭 관리 등을 명시하며 자본 건전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강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기본자본이 빠르게 감소하면서 '자본의 양'보다 '자본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 경영 과제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지난해 하반기 열린 2025년 4차 보수위원회에서 기업 및 주요 사업부의 성과 측정 지표로 ▲킥스비율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잔액 ▲듀레이션 갭(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축소 등 경영 전략 과제를 채택했다.
임원 성과 평가 지표에도 ▲킥스비율 ▲13회차 유지율을 포함한 경영 전략 과제 ▲내부통제 항목이 반영됐다.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기본자본+보완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 대비 자본 여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 편입 이후 동양생명의 성과 평가 체계가 수익 중심에서 자본건전성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동양생명의 기업·사업부 성과 지표는 세전손익과 신계약 CSM 등 수익성과 성장 지표가 중심이었고, 킥스비율은 보조적인 관리 지표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듀레이션 갭 축소와 킥스비율 관리가 주요 KPI로 부각되면서 자산·부채 구조 안정과 자본 건전성 관리가 경영 평가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임원 성과 지표 역시 이전에는 세전손익과 신계약 CSM 등 재무 성과와 민원 건수 등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킥스비율이 핵심 지표로 포함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7월 동양생명 지분 75.34%를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킥스비율과 듀레이션 갭은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듀레이션 갭이 확대될 경우 금리 변동 시 자산과 부채 가치 변동 폭이 달라져 순자산(자산-부채)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순자산은 킥스비율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에 반영되기 때문에 듀레이션 갭 확대는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통상 보험업계에서는 듀레이션 갭을 0~1년 수준으로 관리하면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기본자본 적정성 관리 문제를 지목한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듀레이션 갭은 -0.3년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고, 킥스비율도 177.3%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웃돌았다.
겉으로 드러난 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이지만, 자본의 질을 좌우하는 기본자본은 IFRS17 체제 이후 빠르게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통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동양생명의 기본자본은 2023년 2조2332억원에서 2024년 1조6440억원으로 1년 만에 26% 감소했다. 이후 2025년 3분기 말에는 1조2379억원까지 줄었다.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역시 2023년 2조5582억원에서 2024년 1조9886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말에는 1조2379억원으로 축소되며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외화 신종자본증권 상환이 기본자본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 2020년 발행한 3억달러(약 3446억원) 규모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만기에 맞춰 전액 상환했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 과정에서 기존 신종자본증권의 자본 인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경과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다만 IFRS17 체제에서는 원칙적으로 스텝업(step-up) 조건이 없는 신종자본증권만 기본자본으로 인정된다.
동양생명은 한때 보완자본 인정한도(요구자본의 50%) 초과로 경과조치 전·후 킥스비율이 역전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2025년 6월 말 당시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비율은 172.1%, 적용 후 비율은 177.0%를 기록했다.
당시 동양생명의 보완자본 한도는 1조2107억원이었는데, 경과조치 적용 전으로는 기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중 한도 초과분(1188억원)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결국 동양생명은 경과조치 의존도를 낮추고 보완자본 한도를 관리하기 위해 콜옵션이 도래한 자본성 증권을 상환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그 과정에서 경과조치에 따른 기본자본 인정 효과도 동시에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보험업계에서는 기본자본 특성상 단기간에 확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양생명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은 외부 조달이 가능하지만, 기본자본은 이익잉여금 축적이나 유상증자를 통해서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규제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융당국은 오는 2027년부터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는 보험사에 대해 적기시정조치를 부과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기본자본비율은 50% 초반 수준으로 추정돼 규제 여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실적 둔화도 자본 확충 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2025년 동양생명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1245억원으로 전년 3143억원 대비 6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이 2744억원에서 1138억원으로 59% 감소하며 순익을 끌어내린 여파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재무 건전성 강화를 위해 듀레이션 갭을 대폭 축소하고, 업계 역대 최저 수준의 스프레드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올해는 자본 적정성 관리를 핵심 목표로 선정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한층 고도화하는 동시에 기본자본비율 변동에 대비해 요구자본을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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