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8.6세대 IT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삐끗'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발이 지연되거나 투자비 확보에 난항을 겪는 등 양산까지 시간이 지연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OLED IT 시장 경쟁에서 당분간 한국 기업들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를 세계 최초로 양산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LG디스플레이 역시 8.5세대 대형 OLED 라인을 활용해 모니터 양산에 나서는 등 중국의 IT OLED 캐파 증설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BOE는 8.6세대 IT OLED 생산 라인인 B16의 가동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다만 일부 고객사 제품에 대한 개발이 지연되면서 양산 과정에서 애를 먹고 있다.
BOE는 현재 대만 에이수스 노트북과 중국 오포(OPPO)를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점등 당시 생산한 제품도 에이수스에 납품할 14인치 노트북 모델으로 확인된다. 다만 두 번째 양산 제품이 될 오포 스마트폰 패널은 현재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OE가 확보한 오포 스마트폰 패널 수주 규모는 1000만대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BOE가 초기 고객사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기술 신뢰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B16라인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 단계로 진입하기까지 검증 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비전옥스 역시 정부 보조금 축소로 투자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전옥스가 지난해 12월 19일 발표한 8.6세대 OLED 생산 라인 'V5' 투자 진행 상황에 따르면, 비전옥스의 출자 비중이 늘어나고 정부 비중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비전옥스에 따르면 V5 프로젝트에는 총 투자금인 550억위안(11조4922억원)의 20.81%에 해당하는 114억4300만위안(2조3911억원)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비전옥스가 출자한 금액은 37.73%인 43억1800만위안(9024억1882만원)이며, 나머지는 허페이성 지방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앞서 업계에서는 비전옥스의 출자금 비중이 20%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면서 비전옥스의 부담이 예상보다 커진 상황이다.
이에 따라 투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비전옥스는 다른 중국 패널 업체들과 달리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병행하지 않고 OLED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OLED 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옥스는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최근 5년간 평균 순이익률 역시 45.34% 적자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옥스는 ViP 방식의 신기술을 적용해 V5 라인에 투자하고 있다"며 "기존 투자 금액이 줄어들 경우 페이즈 1 투자에서 멈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TCL의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도 장비 가격 협의로 양산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CSOT의 8.6세대 양산 전략인 잉크젯 프린팅 방식의 핵심 장비인 잉크젯 프린터 가격이 전체 투자 금액의 50%를 차지하면서, 다른 장비 가격을 둘러싼 협상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2027년 4분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정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물량 공세를 앞세워 IT OLED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 중국 업체들의 양산 계획에 잇따라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들이 한국 업체들을 단기간에 추월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내 8.6세대 OLED 라인(A6)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애플의 첫 OLED 맥북에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애플 외에도 델(Dell), 휴렛패커드(HP), 레노버(Lenovo) 등 이른바 'DHL'로 불리는 글로벌 노트북 업체들도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8.6세대 OLED 라인 투자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한편, 올해 모니터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TV와 모니터를 합쳐 총 700만대의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모니터 생산량은 지난해 84만대에서 올해 140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를 비롯해 에이수스(ASUS), 델, 커세어(Corsair) 등에 OLED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김준호 유비리서치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보면 중국이 단기간에 한국을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양산 안정성과 고객사 요구를 충족하는 제품화 역량 측면에서 앞서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중국이 자본과 정책 추진력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한국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기술 격차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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