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12일 정부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만금·전북 대혁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도 참석해 구체적인 투자 로드맵을 공유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지역에 약 9조원을 투자해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하기로 발표했다. 김 총리는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는 전북과 대한민국의 미래 초현대화의 시작"이라며 "각 부처에 새만금·전북 대혁신 TF 담당자를 지정해 초속도전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발맞춘 행정적 뒷받침도 구체화되고 있다. 예컨대 새만금개발청은 현대차그룹 투자를 전담할 조직 '새만금 로봇수소추진본부(TF)를 가동한다. 해당 TF는 새만금에서 추진되는 ▲로봇 제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AI 수소 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도록 인허가와 인프라 구축을 밀착 지원한다.
◆ '두뇌' AI 데이터센터, 가장 많은 투자…로봇 제어 AI 고도화로 귀결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투자를 계기로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로봇, AI 및 에너지 솔루션 중심 미래기술 기업'으로의 비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항목별 세부적인 투자 집행 규모도 나왔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사실상 '디지털 엔진'인 AI 데이터센터에 가장 많은 5조8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내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초거대 연산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점과 연관이 깊다. SDV의 경우 하루에 테라바이트(TB) 단위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다, 로봇 산업의 경우 개별 하드웨어보다는 이를 통제하고 제어하는 AI 고도화가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의 AI 데이터센터는 단계적으로 GPU 5만장급 초대형 연산 능력을 갖추고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개발과 스마트 팩토리 구현 등에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조, 물류, 판매 등 모든 밸류체인에 걸쳐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 아울러 현장 데이터를 AI 학습에 사용하고, 이를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기술 및 제품 개발의 속도와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 연 3만대 완성품 제조, 키워드는 '상생·R&D·국산화'
로봇 제조와 부품 클러스터 조성에는 4000억원이 투입된다.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완성품을 제조하고, 파운드리 공장과 부품 단지로 조성되는 클러스터는 중소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산업 확장을 촉진시킨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다만 클러스터 조성에는 부품 협력사들의 개별 투자와 인프라 구축 등이 동시 집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기아의 1차 협력사는 약 240곳으로 집계됐으며, 2·3차 협력사까지 모두 포함하면 5000곳을 상회한다. 협력사 대부분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내연기관차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산업 지형 변화에 따른 낙오 우려가 적지 않다. 일부 협력사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품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로봇 관련 연구개발(R&D)이 이뤄지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는 내연기관차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는 협력사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동시에 상생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의도가 담긴 것이다. 파운드리 역시 중소 협력사가 현대차그룹의 AI 인프라와 표준화된 설계를 공유 받아 개별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부품 단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새만금 로봇 클러스터를 통해 모터와 센서 등 핵심 부품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로봇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로봇 산업에서 원가 비중이 가장 높은 감속기와 서보모터, 센서 등은 일본과 독일 의존도가 높다. 해당 부품의 국산화율은 30% 안팎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은 중소 부품사와의 공동 R&D 등으로 국산화율을 높여 원가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수전해 플랜트·태양광발전·AI 수소시티도 구축…"경제효과 16조"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200메가와트(MW) 규모 수전해 플랜트 구축에 1조원을 투입한다. 새만금 지역 내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트램과 버스, 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DRT)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 기가와트(GW)급 태양광 발전과 AI 수소 시티 조성에 각각 1조3000억원과 4000억원을 투자한다. 태양광 발전 포트폴리오는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해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의 핵심 전력원으로 사용되며, AI 수소 시티는 미래형·무공해 AI 도심의 표준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는 약 16조원에 이르는 경제유발효과에 더해, 직·간접적으로 7만1000명 수준의 고용창출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투자로 새만금 투자로 첨단 산업 생태계가 조성되고, 산학 협력 강화로 신규 유입되는 우수 인재들은 서남해안권 지역에 중장기적 혁신 역량을 뿌리내리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및 혁신 역량을 토대로 대한민국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하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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