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국가 안위와 경제 주권을 지킬 전략 자산이자, 꺼져 가는 제조업에 다시 불을 지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 전쟁의 골든타임을 사수할 마지막 승부수는 결국 낡은 규제를 걷어낸 '특구(特區)'에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테슬라 '옵티머스'와 맞붙을 현대차그룹 '아틀라스'부터 생존을 위해 로봇 기업으로 변신하는 부품사의 사투, IPO(기업공개)와 동반성장펀드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의 흐름까지 치열한 로봇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기술 완성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생산 현장의 로봇 도입이 먼 미래가 아닌 곧 다가올 현실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제조업 경쟁이 격화되고 인건비,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로봇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현실적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다만 고용 구조 변화와 노사 갈등 등 파급 효과를 줄이려면 로봇 도입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우선 로봇 도입에 따른 효과는 실제 데이터로 나타난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2024년 일본경제산업연구소(RIETI) 발표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을 도입한 사업장의 생산성은 평균 21.2% 향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분야 내 기계공업의 로봇 이용률은 35.7%로 전 산업군 중 가장 높았으며 도입 시 생산성이 20.8% 개선됐다. ▲건설업(26.9%) ▲전력·가스 등 유틸리티 산업(27.4%) ▲교육·학습지원업(28.6%) 등에서도 평균을 상회하는 생산성 증대 효과가 두드러졌다.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우리나라 로봇 기술이 산업 현장에 투입 가능한 수준에 근접했음을 보여줬다. 아틀라스는 현장에서 배터리를 직접 교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24시간 연속 운용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까지 미국 공장 실증을 거쳐 2030년 전 세계 생산기지에 활용할 계획이다.
아틀라스의 생산 초기 가격은 대당 13만달러(2억원)로 추정된다. 중장기적으로 생산 대수가 늘어나면 원가는 더 하락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가격을 2년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했다. 2024년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직원 평균 급여는 각각 1억2400만원, 1억3600만원이다.
기업 경영 차원에서도 로봇은 비용 구조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인력 구조와 달리 로봇은 가동률 조정을 통해 탄력적 대응이 가능해 관리의 폭이 넓다.
물론 투자 부담과 도입 초기 효율 저하 우려는 과제다. 그럼에도 인력난과 고임금 구조 속에서 로봇은 중요한 완충장치로 기능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 없다"며 로봇 도입과 인공지능(AI)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힘을 실었다. 이는 로봇이 단순 기술 발전을 넘어 국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필수 불가결한 변화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건은 매년 반복되는 노사 갈등의 연착륙이다. 제조 현장에서 로봇은 인류의 일자리를 뺏는 경쟁자가 아니라 인간 노동의 한계를 보완하고 생산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년 퇴임 인원 등 자연 감소하는 생산직 인력을 무리하게 신규 채용으로 채우기보다 그 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식의 연착륙 방법을 고민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산업 진출이 가로 막히면 결국 국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며 "생산성 향상의 흐름 속에서 안정적인 세대 교체와 산업 전환의 방법을 함께 논의해야 공멸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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