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데브시스터즈의 지배구조가 지각변동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주식 대량보유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과 무배당 기조가 겹치면서 2대 주주인 컴투스가 의사결정 과정의 '캐스팅보트'로 변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의 지배구조는 최대주주인 이지훈 이사회 의장이 18.1%, 김종흔 사내이사가 4.6%를 보유하며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특수관계인의 지분까지 모두 합치면 약 24%를 차지하고 있다.
2대 주주인 컴투스는 지분 약 9.1%를 보유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의 자기주식(10.15%)이 있긴 하지만,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으므로 감사 선임 투표에서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의결권 기준으로 보면 컴투스가 사실상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외부 주주가 된다. 다만 컴투스는 경영 전반에 관여를 하는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음에 따라 증권가를 중심으로 컴투스가 감사 선임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로 부상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3%룰'이 확대 시행되기 때문이다.
'3%룰'이란 상장사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의결권을 합산해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상법상 규정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인 이 의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감사 선임 투표에선 합산 3%로 묶이게 된다. 반면 컴투스는 이 의장의 특수관계인이 아니어서 보유 지분 9.1%에 대한 의결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이 의장 측 지분이 절대 규모에선 더 크지만, 감사 선임이라는 특정 안건에 한해선 컴투스의 상대적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컴투스가 다른 주주들과 연대할 경우 감사 선임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생긴다. 데브시스터즈의 소액주주 비율은 43.5%다.
특히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발행주식수 자체가 줄어들면서 컴투스의 명목상 지분율도 자동으로 올라가는 효과가 생긴다. 이래저래 컴투스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데브시스터즈가 보유한 자사주 약 123만8376주의 51.55%(63만8376주)는 지난해 9월 발행한 교환사채(EB)의 교환대상으로 묶여 있다. 시장에서는 당시 EB 발행 자체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기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만약 주가가 교환가액(6만1800원)에 미치지 못해 교환이 불발되면, 해당 자사주는 다시 회사로 돌아오고 소각 의무 대상이 된다. 나머지 자사주 중 약 7만4000주는 지난해 11월 소각됐다. 3차 상법 개정으로 소각이 의무화되면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도구가 사라지면서 총발행주식수 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기 어려워질 경우 최대주주와 2대 주주 간 세력 균형은 더욱 유동적이 될 전망이다.
데브시스터즈가 2년 연속 무배당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달 정기 주총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배당 결정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익이 62억원으로 주주환원 조건(회사 영업익 200억원 초과)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익잉여금 처분 계산서에 따르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약 538억원가량 축적된 상황이다.
이는 2대 주주인 컴투스 입장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아무리 전략적투자자라고 하지만 상장사이자 주주인 만큼 무배당이 길어지면 침묵하기 어려워진다. 배당이 없으면 이 투자에서 발생하는 현금 수익은 사실상 제로(0)이기 때문이다. 컴투스 역시 상장사로서 자체 주주들에 대한 수탁자 책임을 진다.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 기조와 맞물려 주주권 행사에 대한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컴투스로선 감사 선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명분과 수단이 동시에 갖춰지는 셈이다.
업계 안팎에선 올해 정기 주총이 개정 상법 시행 이전 열리는 마지막 주총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과 주주 사이의 이해관계 충돌이 더 선명해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를 의식해야 하는 컴투스가 각 안건에 어떤 의결권을 행사할지가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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