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패션 재벌'로 알려진 권오일 회장의 대명화학은 40여 개에 달하는 종속기업을 거느린 거대 그룹이다. 그 정점에는 인수합병(M&A)의 핵심 축 역할을 해온 4개의 코스닥 상장사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인적분할과 합병을 통해 이들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편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권 회장의 지배구조 현황과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대명화학의 '항공 투자' 승부수가 되레 주요 자회사 '디에이피'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양상이다. 적자 항공사 '에커로케이항공'을 살리기 위한 자금 투입이 상장사 재무를 훼손하며 '관리종목' 리스크로 전이된 구조다. 에어로케이항공은 면허 취소 위기를 넘겼지만, 디에이피는 자본확충 압박에 내몰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디에이피는 최근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2024년에 이어 2025년에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면서다. 2025사업연도 기준 법차손 비율은 304%에 달한다. 올해도 해당 기준을 넘길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사실 디에이피는 그간 관리종목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었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로 2004년 코스닥 상장 이후 2006년을 제외하면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유지했다. 최근 PCB 업황 둔화로 이익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이 같은 급격한 재무 악화는 모회사 대명화학의 투자 전략과 맞물려 있다. 대명화학은 그간 상장사를 인수합병(M&A) 플랫폼으로 활용해 사업 확장을 이어왔다. 과거 모다이노칩이 패션기업 모다와 모다아울렛을 인수하고, 코웰패션이 운송기업 로젠을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코웰패션으로부터 떨어져나온 폰드그룹은 뷰티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디에이피가 이 같은 '확장 플랫폼'으로 뒤늦게 활용됐다는 점이다. 대명화학이 최초로 디에이피 지분을 인수한 건 2007년이다. 당시 유상증자를 통해 디에이피 지분 17%(299만9702주)를 취득했다. 이후 2012년 11월 디에이피의 최대주주였던 이성헌 대표로부터 구주 303만7160주를 300억원에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지만 본업 중심 경영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2년 항공 투자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디에이피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총 300억원을 투입해 에어로케이홀딩스 지분 64%(225만5639주)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대명화학→디에이피→에어로케이홀딩스→에어로케이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 시점이다. 그룹은 이를 통해 패션·유통·물류에 이어 항공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지만 인수 대상은 구조적으로 적자 기업이었다. 에어로케이항공은 2021년 첫 취항한 신생 LCC로, 디에이피 인수 당시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22년 기준 영업손실은 151억원에 달했다.
이후 디에이피의 부담은 급격히 커졌다.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자금 수혈 창구'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에어로케이홀딩스에 대한 대여금은 303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2024년 11월 주주 대상 유상증자 참여로 66억원을 추가 투입했고, 에어로케이홀딩스는 다시 에어로케이항공에 500억원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지원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항공사업법상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 면허 취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에어로케이항공은 2023년 국토교통부로부터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받은 이후 자본잠식 해소가 '존속 조건'으로 작용했다. 사실상 2025년 결산보고서 제출 전까지는 자본잠식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결국 선택은 명확했다. 항공사를 살리기 위해 상장사가 재무 부담을 떠안는 구조였다. 그 결과 에어로케이항공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며 면허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디에이피는 연결 기준 재무 악화로 관리종목 지정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디에이피 내부에서도 에어로케이홀딩스에 대한 과도한 자금 지원을 둘러싼 부담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외부 자금 유입 등 자본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에이피 관계자는 "에어로케이항공은 현재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며 "디에이피의 재무 부담은 자회사 자본잠식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결 기준 자본잠식 해소를 통해 상장 유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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