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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 풋옵션' 짐 진 권오일…모다이노칩 합병 카드 꺼냈나
박준우 기자
2026.03.23 11:00:15
②로젠에 흡수합병, 유통·물류 시너지 명분…분쟁 시점 맞물리며 해석 분분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9일 15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얼굴 없는 패션 재벌'로 알려진 권오일 회장의 대명화학은 40여 개에 달하는 종속기업을 거느린 거대 그룹이다. 그 정점에는 인수합병(M&A)의 핵심 축 역할을 해온 4개의 코스닥 상장사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인적분할과 합병을 통해 이들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편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권 회장의 지배구조 현황과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모다이노칩'과 '로젠'이 합병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유통과 물류를 결합한 사업 시너지 확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시장에서는 권오일 대명화학 회장이 풋옵션 관련 소송으로 500억원 규모의 모다이노칩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상황과 맞물려 이번 합병을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만 대명화학 측은 이번 합병은 권 회장의 풋옵션 관련 소송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다이노칩은 로젠에 흡수합병된다. 합병기일은 7월 1일이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7월 10일이다. 현재 모다이노칩은 패션유통, 로젠은 물류 사업을 각각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번 합병은 로젠이 존속법인이 되는 구조로, 계열 내 물류 축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성격이 짙다.


양사는 직접적인 지배 관계는 없지만, 최대주주가 동일한 특수관계사다. 대명화학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 아래 놓여 있으며, 2024년 말 기준 약 90% 지분을 보유한 권오일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 특성상 주요 계열사 간 합병은 사실상 오너 판단이 강하게 반영되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 회장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경영 스타일로 '얼굴 없는 패션 재벌'로 불린다. 계열사 직원들 조차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그는 유망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 개편과 사업 재편, 계열사 간 합병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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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시너지 기대감은 분명하다. 패션 유통 채널과 물류 인프라를 결합해 통합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효율화와 운영 효율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모다아울렛 등 오프라인 유통망과 로젠의 배송 인프라가 결합될 경우 물류비 절감과 재고 관리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합병은 기존 대명화학식 확장 전략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대명화학은 그동안 비상장사를 인수한 뒤 상장사에 편입시키거나, 상장사를 통해 비상장사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워왔다. 이번처럼 상장사 간 합병을 통해 사업을 재조합하는 방식은 기존 패턴과 비교하면 다소 다른 접근이다.


특히 로젠은 2023년 말 패션사업부(폰드그룹)를 인적분할하며 사실상 패션사업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패션 부문 매출은 2022년 4466억원에서 2024년 285억원으로 급감했다. 당시 분할이 수익성 및 사업 구조 정비 성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다시 패션유통 사업을 영위하는 모다이노칩을 흡수하는 이번 결정은 전략 방향의 재조정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권오일 회장과 박인길 전 대표 간 주식매수약정서 내용. (그래픽=신규섭 기자)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이 단순한 사업적 판단을 넘어 최근까지 이어진 풋옵션 분쟁 국면과 시점상 맞물려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 모다이노칩 주식을 시장가보다 7배 이상 높은 가격에 매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는 탓에 주가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박인길 전 모다이노칩 대표가 제기한 약 500억원 규모 풋옵션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패소한 상태다. 앞서 박 전 대표 측은 2023년 6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의사를 통보했지만, 권 회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권 회장은 당시 전자부품사업부 매출 5000억원 달성 실패를 근거로 풋옵션 행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해당 조건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쟁의 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노칩테크(현 모다이노칩)가 패션기업 모다를 흡수합병을 결정했던 시기로, 대명화학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던 비상장사 모다를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칩테크에 흡수합병 시키려했다. 그러나 당시 이노칩테크의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였던 박 전 대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자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이노칩테크가 패션유통 기업인 모다를 흡수합병할 경우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후 권 회장은 박 전 대표 외 1인과 주식매수약정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박 전 대표가 보유한 이노칩테크 주식 142만7377주와 그의 동생인 박미영 씨가 보유한 주식 21만6855주를 합의서 체결일(2016년 3월21일)로부터 3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주당 3만원에 매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계약 체결 이후 박 전 대표는 이노칩테크는 모다를 흡수합병했다. 


모다이노칩 합병 후 주가 추이. (그래픽=신규섭 기자)

하지만 이후 주가는 기대와 달리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때 6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2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2019년 4월 모다이노칩이 무상증자(1주당 1주 배정)를 단행하면서 매수청구권 행사금액이 1만5000원으로 변경되긴 했지만, 여전히 시장가와 풋옵션 행사 가격 간 괴리가 큰 상태다.


결국 기업가치 제고와 주가 흐름 개선은 권 회장 입장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다만 이를 특정 거래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보다는, 해당 리스크가 존재하는 가운데 다양한 전략적 선택지가 모색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권 회장과 박 전 대표 측이 맺은 주식매수약정서에는 제3자 매각 조항이 포함돼 있지만, 현 주가 대비 높은 행사가격 부담으로 인해 외부 투자자가 유입될 유인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대명화학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명화학 관계자는 "모다이노칩과 로젠 합병 이유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고, 공시로만 확인하라"고 말했다. 이번 합병 배경에 권 회장과 박 전 대표의 풋옵션 소송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전혀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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