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가 그룹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를 대폭 축소하며 조직 운용의 방향을 '관리'에서 '실행'으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김범수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사법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그룹 내 영향력을 서서히 복원하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최근 카카오는 CA협의체 조직을 기존 '4개 위원회·2개 총괄·1개 단' 체제에서 '3개 실·4개 담당' 구조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투자·재무·인사 기능을 묶은 3개 전략실을 중심으로 의사결정과 실행을 단순화하고 ESG·PR·대외협력·준법경영 영역은 담당 임원 체제로 정리했다. 조직과 인력도 대폭 줄어들 전망으로 CA협의체 소속 인력은 기존 150명 수준에서 50명 안팎까지 축소될 것으로 거론된다.
새로 만들어진 그룹투자전략실은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그룹재무전략실은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그룹인사전략실은 황태선 CA협의체 총괄대표가 맡는다. 기존 위원회 체제에서 영향력이 컸던 ESG·PR·PA·준법경영 조직은 각각 담당 임원 체제로 바뀌어 카카오 본사로 이관된다. CA협의체가 각 계열사에 권고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본사 조직을 통해 실행하는 체계로 바뀌는 셈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중간 조직을 최대한 걷어내고 그룹의 핵심 자원 배분 기능만 남기는 데 있다. 투자·재무·인사로 기능을 좁힌 전략실은 계열사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만을 담당하고 나머지 영역은 현업 조직으로 내려보내는 구조다. 위원장 직함을 '담당'으로 바꾼 것도 CA협의체 내부 권한을 낮추고 본사 중심의 실행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특히 황태선 총괄대표의 역할 변화가 상징적이다. 김범수 창업자가 사법 리스크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황 총괄대표는 CA협의체를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황 총괄대표는 그룹인사전략실장으로 이동하며 김도영·신종환 실장과 동일한 위치에 서게 됐다. 협의체 중심의 권력 구조가 해체되고 전략 기능이 분산되는 흐름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조직 재편은 최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공개 행보와도 맞물린다. 김 센터장은 이달 중순 경기도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를 찾아 신입 직원들을 만나 AI 자동화와 실행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했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3년 말 이후 약 2년 만으로 1심 무죄 판결 이후 첫 대외 활동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김 센터장이 직접적으로 경영 전면에 복귀하지는 않더라도 AI 전환과 중장기 전략의 방향 설정에는 직접 관여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CA협의체를 대형 컨트롤타워로 유지하기보다 본사와 미래전략 조직을 중심으로 핵심 의사결정을 빠르게 집행할 수 있는 틀을 만들며 존재감을 다시금 부각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가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미래전략담당으로 복귀한 점도 눈에 띈다. 이 담당은 김 센터장과 NHN 시절부터 함께한 인물로 카카오페이지의 출발점이 된 '포도트리'를 공동 설립하며 콘텐츠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 카카오는 이 담당이 AI 시대의 신사업과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센터장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다. 오는 3월부터 항소심 절차가 시작되는 만큼 그의 경영 참여 범위와 속도는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CA협의체를 축소하고 전략 기능을 본사와 미래전략 조직 쪽으로 이동시키는 이번 개편은 카카오가 위기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 AI 중심의 공격적 성장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CA협의체를 키우기보다 오히려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은 김범수 센터장과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그룹의 전략 방향을 더 짧은 경로로 실행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며 "AI 전환과 같은 중장기 과제에서 누가 방향을 잡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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