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석 회장은 상장사 자본을 비상장 가족회사로 이전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본시장 규제를 우회해왔다. 최근 SK증권 비상장주 담보대출의 기한이익상실(EOD) 사태와 금융감독원의 조사는 이와 같은 기획된 지배구조 리스크가 표면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오 회장이 설계한 지배구조와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그룹의 성장 과정 및 자금 조달 통로를 추적한다.<편집자주>
[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은 실타래처럼 꼬인 채무와 지배구조를 해결하려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장가치보다 크게 높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실제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얻는다. 실제 무궁화신탁은 삼정KPMG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원매자를 찾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성과는 없는 상태다.
오창석 회장이 고수하는 매각가는 기업의 내재 가치나 수익성을 반영한 수치가 아니라, 복잡한 개인 채무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재무적 마지노선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가족회사를 거점으로 한 자금 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몸값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 회장 측이 모든 부채를 청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 40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입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SK증권 등에서 조달한 약 15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과 자녀들의 회사인 천지인산업개발이 계열사 지원을 위해 동원한 대여금, 경영권 프리미엄에 따른 양도소득세, 그리고 기한이익상실(EOD) 발생에 따른 연체 가산 금리 등이 포함된다. 오창석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필수 자금이다. 업계가 추정한 무궁화신탁의 적정 지분 가치는 약 2000억원 수준이지만, 오 회장 측은 5000억원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매각 논의가 본격화된 2024년 말 당시 업계 6위권이던 무궁화신탁이 매물로 나오자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부동산 신탁 라인업이 없던 NH농협금융지주가 관심을 보였다. NH금융 측은 부동산 신탁 업황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약 2000억원 안팎의 인수가를 검토했지만 오 회장 측이 5000억원대를 희망하자 협상은 결렬됐다.
Sh수협은행도 인수를 검토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매각 희망 가격이 자산 건전성 악화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중견 건설사와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본입찰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원매자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의 잠재 부실과 1000억원 내외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상환 부담, 소송 리스크 및 영업용순자본비율(NCR) 등을 이유로 매각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궁화신탁의 재무 건전성은 그 사이 크게 악화했다. 주력 사업인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장에서 공사 지연과 분양률 저조가 맞물리며 시공사 대신 공사비를 투입하는 신탁계정대여금이 급증했다. 외부 자금 조달이 막히고 내부 현금이 고갈되면서 재무 건전성 지표인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은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00%를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계열사들의 기업가치도 동반 하락세다. 부동산 호황기 당시 1000억원대로 평가받던 현대자산운용과 케이리츠투자운용 등은 모기업의 평판 리스크와 업황 부진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 오 회장 측은 현대운용 매각 희망가로 900억원대를 제시하며 제일건설 등과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시장 평가금액은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증권 또한 담보로 보유한 케이리츠운용의 지분 가치 하락으로 인해 자산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창석 회장은 자신과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를 통해 금융사를 우회 지배하며 상장사 자본이 가족회사로 모이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오 회장 소유의 나반홀딩스가 MIT와 광명전기 등 상장사를 인수해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동안 자녀들이 지배하는 천지인산업개발은 별도 매출 없이 단기대여금을 운용하며 그룹 내 자금을 관리했다.
이러한 내부 자금 운용 체계는 금융당국의 규제 리스크로 직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SK증권의 대출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통제 적정성 등을 정밀 점검함에 따라 향후 경영권 매각 시 필수적인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오창석 회장이 고가 매각 기조를 유지하며 협상을 더 지연할 경우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와 맞물려 금융당국에 의한 강제 매각 절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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