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석 회장은 상장사 자본을 비상장 가족회사로 이전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본시장 규제를 우회해왔다. 최근 SK증권 비상장주 담보대출의 기한이익상실(EOD) 사태와 금융감독원의 조사는 이와 같은 기획된 지배구조 리스크가 표면화된 결과로 분석된다. 오 회장이 설계한 지배구조와 네트워크를 분석하고 그룹의 성장 과정 및 자금 조달 통로를 추적한다.<편집자주>
[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이 박찬하 천지인엠파트너스 대표를 대리인 삼아 비상장 가족회사를 설립하고 자금을 우회 조달해 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 회장의 가족회사 및 특수관계 회사는 에버그라시아와 천지인엠파트너스, 나반홀딩스, 천지인산업개발 등 네 곳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이 주로 오너가의 이익을 위해 유기적으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12일 천지인산업개발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연간 매출액이 2억원에 불과하지만 약 600억원의 대여금을 운용하고 있다. 주주는 오 회장의 자녀 오지윤·오정택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주요 대여처는 오 회장 본인과 그가 지배하는 나반홀딩스, 천지인엠파트너스, 에버그라시아 등 관계사들이다. 특히 천지인산업개발은 당해년도에만 특수관계자들에게 90억원 규모 자금을 신규 대여하거나 상환했는데 오창석 회장 개인에 대한 대여금은 누적 기준 472억원에 달했고, 나반홀딩스, 천지인엠파트너스 등에도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없는 회사가 수백억원대 자금을 굴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외부 자금 유입이나 특수관계사 간 자금거래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자금 대여처 중 하나인 나반홀딩스는 오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다. 나반홀딩스는 MIT와 광명전기 등의 상장사를 인수했는데, 인수한 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또 다른 기업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레버리지를 확장해온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사가 공시 의무가 느슨하다는 점을 십분 이용해 보유 중인 광명전기 지분을 다른 상장 계열사인 MIT에 매각을 시도하는 등 유동 자금을 나반홀딩스에 흘러가게 하는 식으로 구조가 설계됐다는 분석이다.
대여금 구조는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녀 회사인 천지인산업개발이 가진 나반홀딩스 채권(대여금)은 향후 오 회장의 지분을 매입하거나, 오 회장이 빌려 간 채무를 상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어서다. 특히 상장사 자산을 직접 이전하는 대신 자녀 회사를 경유한 대여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책임 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천지인산업개발은 보유 중인 토지 및 부동산을 무궁화신탁에 신탁하고, 신탁자산의 우선수익권을 나반홀딩스의 차입금에 대한 담보로 다시 제공하는 식이다. 오창석 회장이 상장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오창석 회장은 사모펀드 운용사(GP)인 천지인엠파트너스와 이를 지배하는 SPC 성격의 에버그라시아를 별도 법인으로 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융계열사(무궁화신탁, 현대자산운용, 케이리츠투자운용) 인수에 활용된 간접 구조로 해석하는 시각이 나온다. 오 회장 개인이나 실체가 명확한 법인이 직접 인수에 나설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비상장 SPC 구조가 심사 부담을 분산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다.
천지인엠파트너스는 오창석 회장 최측근인 박찬하 대표가 이끌었다. 두 사람은 오 회장이 법무법인 광장에서 리츠와 부동산 M&A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던 시기 박 대표가 KB부동산신탁의 리츠사업본부 전무 등으로 근무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2016년 각자의 소속 기관을 떠나 무궁화신탁과 천지인엠파트너스로 적을 옮기면서 동행을 시작했다. 오 회장이 지배구조를 그리면 박 대표는 에버그라시아와 천지인엠파트너스를 활용해 실제 자금을 조달하고, 국보나 엑시온그룹처럼 인수한 기업의 대표이사를 직접 맡아 리스크를 관리하는 식으로 분업 체계를 유지해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박 대표는 오 회장이 직접 나서기 어려운 무리한 인수 금융 조달이나 계열사 간 자금 거래를 맡아, 오너의 개인 자산과 승계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겸해온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오 회장은 에버그라시아→천지인엠파트너스→펀드(천지인제1호 PEF)→무궁화신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구조가 금융당국 심사 부담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이 구조를 통해 조달된 자금이 다시 나반홀딩스나 천지인산업개발 등 비상장 가족회사로 이동하면서, 대주주 일가의 이익이 극대화됐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역할도 맡은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자금 운용 구조와 폐쇄적인 법인 간 거래 관계는 SK증권 EOD 사태와 같은 시장 리스크를 키운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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