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롯데가 독자 경영을 위해 롯데홈쇼핑 이사회를 장악했다. 롯데는 이번 이사회 재편으로 회사 구조 변경이나 대규모 투자 등 중대한 의사결정이 담긴 특별결의 안건을 2대 주주인 태광그룹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인 반면 태광은 법적 대응 등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13일 열린 제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확대를 포함한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성은 기존 롯데 측 추천 5인(사내이사 3인·사외이사 2인), 태광 측 4인(태광 임원 3인·사외이사 1인) 구조에서 롯데 측 6인(사내이사 3인·사외이사 3인), 태광 측 3인(태광 임원 2인·사외이사 1인)으로 조정됐다.
이번 이사회 재편의 핵심은 앞으로 롯데 독자적으로 특별결의 사항을 의결할 수 있게 된 부분이다. 이전에도 이사 선임이나 재무제표 승인 등 보통결의 안건은 롯데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자산 매각이나 대규모 투자 등 회사의 구조 변화가 수반되는 특별결의는 태광의 동의 없이는 의결할 수 없었다. 회사 정관상 특별결의 안건은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태광의 동의 없이 롯데 의지대로 경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양측의 갈등은 이미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표면화됐다. 올 1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롯데홈쇼핑이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 안건을 상정했지만 태광 측의 반대로 부결됐다. 해당 안건은 이사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이었다.
롯데 측은 이번 이사회 재편이 태광 측의 경영 방해를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롯데는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어 이사회 재편 자체는 언제든 가능했지만 그동안은 5대4 구조를 유지하며 균형을 유지해 왔다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사외이사 확대는 태광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이사회의 독립성과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과 태광그룹은 혼맥으로 엮인 사돈지간이지만 롯데홈쇼핑 지분 구조를 양분한 이후부터는 갈등을 이어왔다. 2006년 방송통신위원회가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승인하자 태광은 인수 과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태광이 패소하면서 현재의 지분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현재 롯데홈쇼핑의 최대주주는 약 53% 지분을 보유한 롯데쇼핑이며 태광그룹은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 약 45%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이 지분을 양분한 구조인 만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돼 왔다는 평가다.
다만 이번 이사회 재편에도 롯데와 태광 간 대주주 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태광 측이 가처분 신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요청 등 이사회 밖에서 문제 제기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광 측은 2023년 롯데홈쇼핑이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보유한 양평동 사옥을 매입하려 했을 당시에도 법원에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 해당 사안은 각각 기각과 무혐의로 마무리됐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주주 간 갈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대응을 자제해 왔지만 태광 측의 비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잦은 외부 고발로 기업 경영이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주장이나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합법적인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태광그룹 측은 "롯데 주도적 이사회를 구성한 것은 2대 주주의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그동안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고 롯데의 불법과 독선을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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