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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의료기기 세계화 속도 내려면
이다은 기자
2026.03.16 08:25:13
두바이서 본 의료 격차…국내 의료기기, 기술은 글로벌·제도는 '검토 단계'
이 기사는 2026년 03월 13일 08시 2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비록 지금은 미국·이란 전쟁으로 불안한 상황이지만 얼마 전 다녀온 두바이 국제 의료기기 전시회 출장은 취재만큼이나 짬짜미 관광이 큰 추억으로 남는다. 부르즈 칼리파의 125층에서 본 두바이의 푸른 바다, 두바이몰의 화려한 분수쇼. 인생 첫 사막 투어와 웅장한 아부다비까지 바쁘게도 둘러봤다. 관광객의 눈으로 본 두바이는 화려했고 속도감 있었으며 어디를 가도 초콜릿 가게가 넘쳐났다. 두바이는 또 다른 의미의 '삼다도'가 아닐까. 초콜릿이 많고, 약국이 많고, 외국인이 많다.


두바이를 포함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인구 구조는 독특하다. 전체 인구의 약 80%가 외국인이다. 눈에 드러나는 일반적인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 모두가 외국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를 돌아다니며 만난 점원과 지하철 속 행인 가운데 아랍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소득세는 없지만 최저임금도 없다. 국가의 부는 10~20%의 자국민에게 집중돼 있다.


의료 환경 역시 이 구조를 반영한다. 자국민은 공공 의료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만, 외국인 노동자 상당수는 그렇지 못하다. 자연스럽게 약국이 1차 의료 접점 역할을 한다. 가벼운 진료와 상담, 건강 관리 서비스를 빠르게 받는 공간이다. 두바이 시내에 대형 체인 약국이 유독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WHX(전 아랍헬스) 2026 전시장에서 만난 기업들의 설명도 비슷했다. 중동은 계층과 국적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다르게 작동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공공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첨단 의료기기 도입이 확대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기본 의료 서비스가 약국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중 구조가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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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자연스럽게 한국 의료 시스템이 떠올랐다. 전국 단위 건강보험 체계, 비교적 균등한 의료 접근성, 예방 중심 관리가 일상화된 환경. 우리는 익숙해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의료 인프라 측면에서는 분명한 강점이다.


이 같은 토대 위에는 단연 K-의료기기 기술력의 축적이 자리하고 있다. WHX 전시장 안에서 확인한 국내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한 단계에 올라서 있었다. 인공지능(AI) 기반 예측 진단, 데이터 연동 플랫폼, 예방 중심 관리 솔루션은 이미 글로벌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동 지역에서는 공공 의료 인프라 확장을 위해 한국 의료기기 도입을 적극 검토하거나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 대표는 "중동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직접 체험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며 "기술적 메리트가 분명하다면 충분히 진출해 볼 만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찾은 한국 기업들의 부스에서도 사우디, UAE, 카타르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장비를 체험하고 설명을 듣는 모습이 이어졌다. 행사 기간 동안 업무협약(MOU) 및 공급 계약 체결 소식도 잇따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상황은 다소 다르다. 한 의료기기 기업 대표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올라섰지만, 국내에서는 수가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해 확산 속도가 더디다"며 "이날 저녁 예정된 보건복지부 관계자와의 면담에서도 관련 문제를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과 제도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보험 적용 지연, 실증 절차 장기화, 규제 정비 속도 부족이 산업 확산의 제약 요인으로 지적된다. 해외에서는 공공 레퍼런스를 쌓고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는 '검토 단계'에 머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두바이에서 마주한 의료 환경은 이런 대비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기술은 필요와 시장의 판단이 맞물리면 빠르게 확산된다. 반면 제도가 발목을 잡는 순간, 속도는 달라진다.


한국은 이미 안정적인 공공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기술 경쟁력까지 더해졌다. 다만 기술의 속도에 맞춰 제도의 속도 역시 조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숙제다. 기술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 올라섰다. 이제는 제도가 '검토 단계'를 벗어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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