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북극항로의 개척은 부산항이 기존의 북미행 환적 거점을 넘어 유럽행 물동량까지 흡수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물류 허브로 도약할 결정적 기회다. 현재 상하이나 홍콩에 집중된 동북아시아의 유럽 수출 화물이 북극항로를 통해 부산항으로 집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항만·공항·철도의 파편화된 운영 체계를 하나로 묶고 데이터를 통합하는 기반을 다져야 부산의 미래 물류 공급망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이성우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제물류투자분석·지원센터 선임연구위원은 28일 부산 해운대구 그랜드 조선 부산호텔에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 새로운 성장엔진'이라는 주제로 열린 '부산투자포럼'에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부산 물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 위원은 ▲홍해 사태 ▲파나마 운하 갈수기(渴水期) ▲관세 전쟁 ▲호르무즈 리스크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현 상황을 물류망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요구하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전례 없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부산항의 도약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존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량의 70%(연간 1억3700만톤)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고 있으며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로 수에즈 운하까지 막힐 경우 물류 대란이 불가피하다.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운송 기간은 최대 15일, 운송비용은 20%가량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위원은 "과거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제때 들여오는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방식이 최선이었으나 코로나19를 통해 항로가 막혀 물류가 멈추는 경험을 했다"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이제는 물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회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과 유연하게 길을 찾을 수 있는 전략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위기의 해법으로 부산이 단순 환적항이 아닌 항만·공항·철도를 통합한 인공지능(AI) 기반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외형적인 결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항만공사가 컨테이너의 흐름조차 도로공사의 협조 없이는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단순히 인프라를 한데 모으는 수준을 넘어 민간 전문가가 실무를 이끄는 '동남권 물류 공사'를 설립해 흩어진 데이터와 관리 권한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거버넌스의 혁신은 북극항로 개설과 연계될 때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항로 개설 시 수에즈 운하 경유 대비 해상거리가 7000킬로미터(km), 시간은 10일가량 단축되는 만큼 부산항이 북미와 유럽, 아시아 간선항로가 교차하는 전략적 허브로 위상을 굳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부산항은 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라스트 포트(Last Port·마지막 출발항) 역할뿐 아니라 기존 상하이나 홍콩이 처리하던 유럽행 환적 화물까지 흡수하는 전략적 교차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실리 중심의 외교 전략도 당부했다. 그는 "북극항로의 80%를 통과하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거버넌스의 혁신과 실질적인 데이터 통합, 영리한 외교 전략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부산의 생존 전략을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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