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DB그룹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압박에 맞서 전사적 방어에 나섰다.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이 부친 김준기 창업회장과의 갈등 봉합에 나서는 한편,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는 직접 주주서한을 띄워 무리한 배당 확대 요구에 선을 그었다.
12일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DB그룹은 지배구조 안정화와 배당 방어 전략으로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의 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얼라인은 지난 2월 DB손보에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통해 DB손보 측에 주주환원율 50% 상향과 더불어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 등 자체 추천한 후보 2인의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하며 이사회 진입을 시도 중이다. 최근에는 법원에 주총 검사인 선임을 신청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오는 20일 주총 전반의 절차적 정당성을 감시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공세에 맞서 DB 오너 일가는 선제적으로 갈등 수습에 나섰다. 지난 9일 김 명예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부친과 경영 관련 이견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한 것은 모두 제 탓"이라며 경영권 분쟁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현재 DB그룹 지주사인 DB의 지분은 김 명예회장이 16.83%, 김 창업회장이 15.91%로 격차가 1%포인트 미만에 불과하다. 지분율 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분쟁이 격화될 경우 외부 세력에게 경영권 개입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특히 지난 2023년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DB하이텍의 지배구조 약점을 파고들어 공세를 펼쳤던 사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시 KCGI는 DB하이텍 지분 7.05%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등극,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경영권을 압박했다. 이 같은 과거의 뼈아픈 학습효과가 이번 분쟁의 불씨를 조기에 진화한 결정적 요인으로 분석된다.
DB손해보험 역시 '사외이사 맞불'과 '재무 건전성 명분'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DB손보는 얼라인이 추천한 후보 대신 김소희 전 AIG손보 CFO 등 금융·회계 전문가들을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우며 전문성 우위를 강조했다.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최근 이례적으로 직접 주주서한을 발송하며 방어막을 쳤다. 주주서한을 통해 미국 보험사 포테그라 인수에 투입될 2조3000억 원의 자금 규모를 강조하며, 무리한 배당 확대보다는 미래 성장과 K-ICS(지급여력비율) 방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얼라인이 요구한 'K-ICS 비율 180% 하향'에 대해서도 "적정 구간인 200~220%를 유지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확실히 했다.
시장은 이번 사태를 자본 효율성을 강조하는 자본시장과 장기적 건전성을 중시하는 보험업의 본질적 가치 충돌 사례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기업의 불투명한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주가를 정상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보험업과 같이 긴 호흡의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인 산업에서는 단기 주주환원과 장기 성장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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