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경영진은 미국의 태양광 보조금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설정해 재무 계획을 그르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 바이든 정부 당시 마련됐던 태양광 보조금 계획만 신봉하면서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위한 투자에 수조원을 쏟아부어 차입금 규모를 불렸지만 실제 보조금은 이자비용조차 메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을 희생해 유상증자를 강행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더라도 애초에 보조금 수령을 낙관한 투자 확대가 적절했는 지에 관해서는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이어질 전망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유상증자 이면에는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에 대한 공격적 베팅이 역풍으로 작용한 결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의 재무상태 악화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노렸던 전략이 실패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허브'에 매년 수조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설비투자 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책정된 금액은 1조6000억원이다. 직전연도에는 2조2000억원을 지출했다. 매해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재무적 부담도 급증했다. 단순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2조5068억원에 달한다. 2024년 대비 18.7%, 2023년 대비 69.2% 급증한 수치다.
배경에는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다. 미국 내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면 와트(W)당 일정 금액을 세액공제로 돌려받는 구조다. 생산량이 늘수록 보조금 규모도 커진다. 한화솔루션은 솔라허브의 가동을 전제로 연간 약 1조원의 공제 혜택을 기대했다. 지난해 초에도 연간 수령 예상액을 9000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늘 그렇듯 돌발 변수가 나타나며 예상은 빗나갔다. 미국 세관국경보호청(CBP)이 공급망 점검을 강화하며 통관이 지연됐고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모듈 공장 가동률도 급락했다. 내부적인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카터스빌 셀 공장의 시운전 과정에서 주요 유틸리티 장비 결함이 발견됐는데 당초 지난해 말 예정됐던 양산 일정의 지연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생산량과 연동하는 보조금 규모는 급감했다. 실제 한화솔루션이 4분기 수령한 AMPC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약 1400억원 수준이었다. 4분기에만 1000억원이 순손실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전유진 iM증권 분석가는 "미국 내 판매량 감소로 보조금 축소를 피하기 어려워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눈높이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솔루션의 패착은 세액공제를 사실상 현금성 인센티브처럼 할인 반영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경영진은 바이든 정부 당시 미국의 태양광 수요 급증하는 것을 보면서 제품의 프리미엄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낙관했다. IRA 효과가 단기간에 재무제표에 직결될 것으로 구상한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트럼프 정부의 출현이었고, 그마저도 세금이 있어야 활용 가능한 세액공제는 공염불이 된 것이다. 택스 에퀴티 시장에 의존한 것은 금융환경에 따라 가치 할인을 받을 수밖에 없고 게다가 미국의 집행 규정(세부 가이드라인)은 지연되는 이삼중고의 현실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관세에 의존한 공급망 규제 정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전 정부인 바이든의 친환경 산업 보조금에는 회의적인 모습이다. 이로 인해 한화솔루션은 관세 및 공급망 비용으로 원가가 늘었고, 보조금 확실성은 약화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은 지나치게 낙관한 김동관 부회장의 오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 여겼지만 오히려 전쟁 등으로 인해 실제 금리는 올랐고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들은 지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전력망 인허가에 있어서도 병목 현상을 방치하면서 중국산 저가 모듈 공세는 지속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한화는 폴리실리콘에서 모듈까지 태양광 수직계열의 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IRA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초기 설비투자(CAPEX) 과다로 인해 시장 둔화시 고정비 부담이 폭증한다는 단점을 드러낸다.
현실에선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한화솔루션의 영업손실은 지난해 3647억5900만원이다. 전년 대비 적자 폭이 21.5% 확대됐다. 부채비율도 196.3%까지 올랐다.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만 7조8518억원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은 하반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하며 AMPC 혜택이 밸류체인 전반에 적용돼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한화 관계자는 "세액공제 기반 정책을 현금 보조금처럼 해석했고 금리·정치·금융 변수까지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고 자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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