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지 기자] 데이터베이스 접근제어 분야에서 20년을 쌓아온 코스닥 상장사 파라택시스이더리움(구 신시웨이)이 40여 일 만에 회사 자산의 77%를 이더리움(ETH)으로 바꿨다. 사명 변경 직후 이어진 공격적인 매입 행보에 시장의 시선은 이 회사가 '국내 1호 이더리움 트레저리 상장사'라는 타이틀을 실제 수익 구조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라택시스이더리움(구 신시웨이)이 지난해 12월 미국 디지털자산 헤지펀드 운용사 파라택시스 홀딩스 LLC 계열의 파라택시스코리아가 기존 최대주주 엑셈 등의 지분 47.2%를 261억원에 인수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이후 올해 1월 16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명을 신시웨이에서 '파라택시스이더리움'으로 변경했다. 정관 사업목적에는 디지털자산 사업이 추가됐다.
신임 대표이사에는 컴투스 USA 이사와 크릿벤처스 벤처파트너를 거친 이명훈이 선임됐다. 20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유경석 사장은 정보보안 부문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디지털자산 전략은 본사 경영진이 총괄하고, 본업이었던 보안 사업은 기존 조직이 진행하는 이원 구조다.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의 전신인 신시웨이는 2005년 설립된 DB보안 전문기업이다. DB접근제어와 DB암호화 솔루션을 주력으로 공공·금융 등 주요 고객군에 공급해왔다. 회사는 2026년 1월 16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신시웨이에서 파라택시스이더리움으로 변경했고, 같은 날 정관 사업목적에 디지털 자산의 취득·보유·운용·매각 및 관련 투자 사업 등을 추가했다.
최근 파라택시스코리아가 본업 부진과 상장 리스크 속에 사업 재편에 나선 것과 달리,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은 흑자 보안 사업을 유지한 채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40여 일 만에 ETH 8691개…자산의 77%로 비중 확대
눈길을 끄는 건 사명 변경 뒤 곧바로 단행된 이더리움 매입이다. 회사는 2026년 2월 초 이더리움 619개를 약 20억원에 취득, 이후 5495개를 약 158억원에 추가 취득했다고 밝혔다. 3월에는 2577개를 80억원에 취득했다. 이에 따라 누적 보유량은 총 8691개, 누적 취득금액은 258억원으로 집계된다. 회사는 이 자산을 장기 보유하는 한편 스테이킹에 활용해 추가 수익원을 확보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문제는 이 규모가 기존 회사 몸집과 비교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의 자산총계는 338억원이다. 공개 확인되는 이더리움 취득액 258억원은 자산총계의 약 77%에 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이더리움 가격이 30% 하락하면 취득원가 기준 약 77억원 규모의 가치 변동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보안 소프트웨어 기업이 유지해 온 안정적 사업모델 위에 변동성이 큰 자산이 사실상 올라탄 셈이다.
다만 본업 자체가 흔들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39억원으로 전년 118억원 대비 18.4%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억원에서 36억원으로 52.5% 증가했다. 기존 보안 사업이 여전히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은 트레저리 전략을 떠받치는 기반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에선 이 같은 흑자 본업이 유지되더라도, 디지털자산 편입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회사의 투자 포인트 자체가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가상자산 보유 기업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금조달 구조도 같이 볼 필요가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60억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주요 보유자는 Parataxis Korea Fund III LLC이며 전환가액은 7700원, 전환가능주식수는 77만9220주다. 이에 더해 지난 1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74만5424주를 발행해 47억원도 조달했다. 여기에 기존 현금성 자산까지 더해 이더리움 취득 재원을 마련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해 말 현금및현금성자산도 141억원으로 전년 32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다만 잠재 희석 부담은 별도 변수다. CB 전환가액 7700원은 최근 주가(1600~2000원대)의 약 4배 수준으로 당장 전환 유인은 크지 않다. 다만 리픽싱 조항 여부에 따라 향후 자금조달 구조와 오버행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도 간극과 회계 비대칭…'한국판 스트래티지' 표방 한계
하지만 이런 구조가 곧바로 미국식 트레저리 프리미엄으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 스트레티지(Strategy Inc. )의 경우 스스로를 '비트코인 트레저리 회사'로 규정하며 관련 자금조달과 축적 전략을 제도권 안에서 확장해왔다. 반면 국내는 아직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가 단계적으로 열리는 과정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상장법인과 전문투자자 등록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2026년 1월과 3월에도 투자 한도와 공시 기준, 특정 자산 제외 여부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회계 측면의 비대칭성도 부담이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가상자산 회계처리 감독지침을 확정하면서 보유 목적에 따라 재고자산 또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다만 일반 기업 입장에선 가상자산 가치 상승이 실적에 즉시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반면 하락 시에는 손상이나 평가 부담이 더 먼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주가가 오를 때 재무제표가 이를 곧바로 따라가지 못하고 반대로 내릴 때는 손익 충격이 먼저 드러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결국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의 핵심 변화는 사업 다각화보단 기업 정체성의 이동에 가깝다. 흑자 소프트웨어 기업이 이더리움을 핵심 재무 자산으로 끌어안으면서 스스로 다른 종류의 상장사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명훈 대표이사는 "이더리움 취득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회사의 장기 성장 전략을 실행에 옮기는 첫걸음"이라며 "20년간 다져온 보안 사업의 안정적인 기반 위에 이더리움 트레저리와 스테이킹 수익 모델을 더해, 주주와 투자자 여러분께 실질적인 가치를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파라택시스 그룹은 지난 8일 자매 상장사인 파라택시스코리아와의 합병 계약을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10월1일, 주식교환비율 1대 0.2806763으로 파라택시스이더리움이 존속법인이 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회사는 비트코인 206개와 이더리움 8691개를 동시 보유한 국내 최대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상장사로 재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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