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5% 직전까지 끌어올리며 7년 만에 지분 동맹을 공식화했다. 이는 공시 의무에 따른 외부 노출은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정교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 1분기 KAI 주식 162만7365주(1.67%)를 추가로 장내 매집했다. 한화는 이미 지난해 10월23일 KAI 주식을 최초 취득하며 지분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확보했던 기존 지분 3.32%(323만6635주)에 이번 추가 매입분을 더해 총 주식수는 486만4000주로 늘어났다. 최종 지분율은 대량보유 공시 의무(5%) 직전인 4.99%에 정확히 맞췄다. 지난 2018년 지분 전량 매각 이후 7년 만에 양사 간의 '지분 고리'가 다시 연결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지분을 4.99%에 멈춘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지분율이 5%를 넘길 경우 '대량보유 상황보고 의무'가 발생해 취득 목적과 자금 출처를 5일 이내에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한화는 번거로운 보고 의무를 피하면서도 주주명부상 주요 주주로서의 실질적 지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화 측은 "우주·항공 분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한 단순 투자"라고 공시를 통해 명시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인수전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지분 확보는 단순히 투자를 넘어 그룹 내 방산 계열사인 '한화시스템'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결정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한화는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엔진·발사체)와 한화시스템(위성·전자전·통신)의 최대 주주로서 위성·전자전·통신 분야의 핵심 역량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한화가 KAI 지분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플랫폼의 부재' 때문이다. 한화는 엔진(하드웨어)과 시스템(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정작 이를 탑재해 하늘로 띄울 '완제기(Platform)' 역량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우주 산업에서 KAI가 보유한 대형 위성 본체 조립 기술과 항공기 설계 데이터는 한화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핵심 자산이다.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사인 KAI의 플랫폼 기술이 결합될 경우, 한화는 위성 제조부터 발사, 지상 통신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된다. 만약 한화시스템의 첨단 위성 레이더(SAR)와 통신 기술이 KAI의 기체에 표준 규격으로 탑재되는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면, 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요구하는 '토탈 방산 패키지' 수출 경쟁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양사는 이미 한국형 전투기(KF-21) 사업과 군 정찰위성(425 사업) 등 국가 전략 사업에서 한화시스템이 탑재체를, KAI가 본체를 담당하며 긴밀한 협력 모델을 증명해왔다.
한화의 우주 전략은 오는 24일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도 확인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주총에서 '항공기 및 우주선 발사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제조를 넘어 실제 발사와 운용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한국판 스페이스X'로의 진화를 공식화하는 셈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제조 역량을 가진 KAI와의 결합은 한화가 우주 서비스 시장으로 연착륙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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