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가 플래그십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2022년 11월 7세대 모델을 선보인지 4년 만에 신차급 변신에 성공했다. 더 뉴 그랜저(신형 그랜저)는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진화된 상품성을 앞세워 기아 쏘렌토에 내어준 '국민차' 타이틀을 되찾고 세단 자존심을 세운다는 전략이다.
◆ 'SDV 열쇠' 플레오스 커넥트 첫 적용…기술적 모태
14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신형 그랜저의 가장 큰 혁신은 하드웨어를 넘어 소프트웨어로 확장된 연결성이다. 현대차는 자사 최초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인 '플레오스 커넥트'를 적용해 SDV 패러다임 전환에 불을 지폈다. 차량이 스스로 문맥을 이해하고 무한히 확장되는 '굴러가는 스마트폰'의 실체를 처음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 나아가 신형 그랜저에 탑재된 기술이 향후 현대차가 선보일 모든 모빌리티 혁신의 기술적 모태가 된다는 점에서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예컨대 신형 그랜저에 탑재된 플레오스 커넥트는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멀티 윈도우 UX(사용자 경험) ▲하드키·소프트키 ▲커넥트 내비게이션 ▲글레오 AI ▲앱 마켓 총 6개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먼저 실내 중심에는 1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자리해 시원한 개방감은 물론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한다. 탑승객은 고해상도 대화면에서 내비게이션과 미디어, 차량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쉽게 인지하고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주행 중에도 화면 분할로 여러 정보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편의성과 몰입감을 높였다.
멀티 윈도우 UX는 디스플레이 좌측과 우측을 구별해 핵심 정보를 나눠 제공한다. 좌측에서는 전형적으로 내비게이션에서 제공하는 핵심 정보를 파악할 수 있으며, 우측에서는 2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아울러 사용자는 하드키와 소프트키 2가지 방식의 하이브리드 조작이 가능하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 버튼 등은 물리적 조작이 필요한 하드키를 적용해 안전성과 사용성을 모두 챙겼다. 커넥트 내비게이션의 경우 지도 업데이트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현대차그룹 서버에서 최신 지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장 정확하고 빠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글레오 AI다. 기존의 정해진 음성인식 범위를 넘어 차량의 상태와 대화의 문맥을 자연스럽게 이해해 복잡한 작업까지 수행할 수 있다. 여기에 그룹 차원에서 자체 구축한 개방형 앱 생태계인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네이버와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총 11개의 앱을 이용할 수 있다.
박영우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은 13일 열린 신형 그랜저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플레오스 커넥트는 단순한 화면의 변화나 기능 추가에 그치지 않는다"며 "SDV로 나아가는 본격적인 전환을 알리는 첫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자의 선호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으며, 주행에 필요한 정보만 선별해 정보 인지 부담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고 말했다.
◆ 기아 쏘렌토에 내준 국민차 탈환 돌입
주목할 부분은 신형 그랜저가 '국산차 최다 판매 왕좌' 탈환이라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는 점이다. '성공의 상징'이던 그랜저의 기세가 점차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저는 1986년 7월 1세대가 출시된 이후 지난 40여년간 시대를 앞서가는 독보적인 디자인과 당대 최신 기술을 가장 먼저 소개하며 대한민국 고급 세단의 역사를 관통해온 모델이다. 특히 신형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내수에서만 연간 10만대 판매 기록을 거뜬히 세우며 오랜 기간 '베스트셀링카' 타이틀을 유지했다.
하지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트렌드가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이동하면서 그랜저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실제로 그랜저는 2023년 연간 내수 판매량이 11만대를 돌파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신차효과가 위축되면서 판매 대수는 2024년과 2025년 7만대까지 주저앉았다.
그랜저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기아의 중형 SUV인 쏘렌토다. 쏘렌토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9만4538대, 10만2000대가 팔리며 국민차 지위를 얻었다. 특히 이 기간 그랜저와 쏘렌토의 판매 격차는 약 3만대 수준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4월까지 두 차종의 판매량을 살펴보더라도 그랜저 2만3145대, 쏘렌토 3만9029대로 1만6000대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상품성을 신차급으로 끌어올려 빼앗긴 왕좌를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신형 그랜저는 현대차 세단 최초로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 대신 돌출부위가 없는 히든 타입 안테나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했다. 또 세단 최초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고성능과 고효율을 동시에 잡았다. 스마트 비전 루프 역시 현대차 최초로 도입됐다.
신형 그랜저의 가격은 상품성 강화에 맞춰 이전 모델 대비 가격이 400만~500만원가량 상향 조정됐다. 가솔린 2.5와 3.5 모델의 시작가는 이전보다 387만원 오른 4185만원과 4429만원으로 책정됐다. 특히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전(4354만원) 대비 510만원 인상된 4864만원부터 시작해 인상 폭이 가장 컸다. 이는 플레오스 커넥트 등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기술과 신규 안전·편의 사양 적용에 따른 비용 상승분이 반영된 결과로 보여 진다.
윤효준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그랜저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과거에 머무르지 않는 차"라며 "프리미엄 세단이 갖춰야 할 정의를 새로 내린 신형 그랜저는 이동 수단을 넘어 고객과 심리스하게 연결되는 SDV 전환의 본격적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완성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안주하지 않는 도전 정신을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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