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광석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 측과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간 전면 충돌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모녀 측의 핵심 우군으로 꼽혀온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이 무산되고, 600억원대 소송전까지 겹치면서 양측 갈등은 사실상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박재현 대표는 지난 12일 직접 입장문을 내고 차기 대표이사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공시된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 안건에서도 박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은 아예 상정되지 않았다.
박 대표는 33년 동안 한미약품에서 근무해 온 베테랑으로, 지난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모녀 측 편에 서서 경영을 뒷받침해 온 핵심 인물이다. 그의 연임 무산은 최근 신동국 회장에 대해 제기한 강력한 비판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신 회장이 사내 성비위 문제를 비호하고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두고 송 회장과 신 회장 간 '대리전' 양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송 회장은 이달 5일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지지하고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게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라며 우회적으로 신 회장을 비판하기도 했다.
갈등은 결국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모녀 측과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신 회장을 상대로 약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신 회장이 주요 사업 추진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지난해 7월 신 회장의 개인회사 한양정밀이 보유 지분을 담보로 38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모녀 측은 신 회장이 과거 주주 간 합의를 어기고 사실상 지분을 처분한 것이라며 주장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월 송 회장과 신 회장, 킬링턴 유한회사(라데팡스파트너스) 등은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으며 이사회 구성 및 의결권 공동행사를 비롯 ▲우선매수권(Right of First Offer) ▲동반매각참여권(Tag-along right)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간 계약을 체결했다.
법적 공방이 본격화됨에 따라 양측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해당 소송의 첫 공판은 이달 12일 진행됐으며 다음 기일은 오는 5월로 잡혔다.
한미약품 입장에서도 새 대표로 외부 인사를 내정했지만 대주주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경영 안정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아울러 대주주의 경영 간섭을 비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큰 만큼 차기 대표가 이를 수습하고 앞으로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박 대표의 연임 포기와 600억원대 소송전은 대주주 간 신뢰가 무너졌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신임 대표 체제가 들어서더라도 대주주 간의 잡음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경영권 불확실성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약품은 박 대표 후임으로 황상연 HB인베스트먼트 PE 부문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LG화학 연구원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신영증권과 신한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에서 근무했으며 종근당홀딩스 대표와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HB인베스트먼트 PE 부문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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