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카카오가 올해 웹3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팬덤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 자사가 보유한 IP와 팬덤 기반 콘텐츠에 블록체인 인프라를 결합해 티켓·굿즈·멤버십 등 팬덤 거래 전반의 투명성과 기술적 신뢰도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략의 실질적 실행 무대로는 음악·웹툰·영상 등 콘텐츠 밸류체인을 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다시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수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 확장이 가능한 카카오엔터는 향후 카카오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거듭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공개(IPO) 재시동이나 매각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앞둔 상황에서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도 복귀하면서 조만간 카카오엔터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도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2024년 CA협의체 출범 이후 그룹 전반의 효율화에 집중해 왔다. 계열사 수를 147개에서 94개까지 줄였고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재무적 안정성도 확보했다. 성장보다 정리가 우선이었던 지난 2년이 구조와 실적으로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이 기간 카카오엔터는 확장보다 정상화에 무게를 뒀다. SM엔터 관련 사법 리스크와 글로벌 성과 부진 속에서 투자 속도를 낮추고 해외 서비스와 조직을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 이는 콘텐츠 사업이 한동안 후순위로 밀린 이유로도 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분위기 전환은 인사에서 먼저 파악할 수 있다. 이진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가 미래이니셔티브센터 미래전략 담당으로 복귀한 것이다. 콘텐츠와 IP에 강한 전략가를 그룹의 중장기 전략 축에 배치한 것은 카카오가 다시 카카오엔터를 성장 설계의 중심에 올려놓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카카오가 2026년 키워드로 제시한 '글로벌 팬덤 OS'는 카카오엔터의 위상을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팬덤 OS의 핵심 자산은 글로벌로 확장 가능한 IP와 팬덤 데이터다. 즉 음악·웹툰·영상·공연 등 IP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카카오엔터가 팬덤 유입과 체류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된다. 즉 '글로벌 IP→카카오엔터→팬덤 데이터·결제·참여→AI 에이전트·팬덤 OS→카카오 성장 전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카카오가 그리는 올해 성장 로드맵의 핵심 흐름으로 읽힌다.
이 구상은 카카오엔터가 운영하는 팬덤 플랫폼 '베리즈(Berriz)'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베리즈는 팬들의 댓글, 반응, 구매 이력, 콘텐츠 소비 패턴이 축적되는 글로벌 팬덤 허브로 이 데이터가 다시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에 반영되는 구조다. IP를 일회성 소비가 아니라 반복적인 참여와 결제로 연결하는 장기 수익 모델을 실험하는 공간이라는 평가다.
베리즈에는 아이브, 몬스타엑스, 우즈 등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하고 있으며 AI 댓글 분석과 AI 페르소나 채팅 같은 기능도 적용돼 팬 경험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베리즈는 팬덤 활동과 소비 데이터가 서비스 운영과 콘텐츠 기획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 팬덤 허브는 AI와 웹3, 결제 인프라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장기적으로 AI 에이전트를 통해 티켓이나 굿즈를 디지털 자산 형태로 구매하고, 이를 블록체인 기반 결제와 팬덤 플랫폼에 연결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웹3와 결제 인프라는 금융 계열사들도 함께 구축한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참여하는 그룹 태스크포스를 통해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반 결제 구조를 구체화하고 있다. 카카오엔터의 슈퍼 IP와 그룹의 금융 인프라를 결합해 팬덤 결제와 거래부터 적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사람 중심 AI' 전략이 더해진다. 카카오는 AI가 사용자의 의도와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연결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히며 온디바이스 AI 고도화도 추진 중이다. 팬덤 비즈니스 특성상 참여 맥락과 소비 흐름을 읽는 것이 핵심인 만큼 AI는 콘텐츠 추천과 커뮤니티 운영을 넘어 팬 경험 전반을 개인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핵심 변화는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결제와 커머스, 엔터테인먼트 같은 주요 버티컬과 결합되며 이용자 락인과 거래 흐름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스테이블코인과 리워드 메커니즘이 더해질 경우 팬덤 OS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엔터의 재등장은 단순한 콘텐츠 확장이 아니다. AI와 팬덤 OS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글로벌 팬덤 OS가 선언을 넘어 데이터 자산과 반복적 수익 구조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카카오의 다음 관전 포인트다. 특히 카카오엔터의 경우 오랫동안 IPO를 준비해왔으나 SM엔터 인수 후폭풍 이후 주춤한 상황이다. 한 때 매각설까지 나왔으나 카카오가 전면 부인하면서 카카오엔터의 실적 개선과 사업 확장이 본격화 되면 IPO도 다시금 거론될 가능성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의 재등장은 콘텐츠 사업 재개라기보다 AI와 팬덤 OS 전략이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신호"라며 "IP와 팬덤 데이터를 동시에 쥔 조직이 플랫폼과 AI를 움직이는 구조인 만큼 카카오엔터가 다시 그룹 성장 스토리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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