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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부터 훑은 황기연 수은 행장 100일, 정책금융 '확장 모드'
임초롱 기자
2026.02.04 07:20:23
반도체·AI·조선·바이오 현장 누비며 여신 165조 로드맵 가시화
이 기사는 2026년 02월 03일 06시 3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 (제공=수출입은행)

[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지난해 11월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이 이달 중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취임 직후부터 반도체·인공지능(AI)·조선·바이오 등 국가 전략 산업 현장을 빠르게 훑으며 정책금융 확대 구상을 실행 단계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시에 2028년까지 여신잔액 165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면서, 대규모 정책금융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 행장은 이달 12일자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영업 현장을 직접 찾으며 정책금융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첫 현장 행보로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장비업체 원익IPS를 방문한 것은 AI와 반도체를 축으로 한 첨단전략산업을 정책금융의 최우선 지원 대상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행보로 해석된다. 당시 황 행장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책금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달 중순에는 경남 창원 지역의 케이조선과 영풍전자 등 조선·방산 관련 중견기업 현장을 잇달아 찾았다. 조선·방산 산업을 지역 산업과 공급망 안정의 핵심 축으로 보고 전략 수주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달에는 충북 오송 소재 코스메카코리아 등 뷰티·바이오 중소중견기업을 방문해 정책금융 지원 대상을 첨단 제조업에서 소비·바이오 산업으로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황 행장의 이 같은 현장 행보는 첨단전략산업에서 전략 수주 산업, 나아가 소비·바이오 산업으로 정책금융 지원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려는 전략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에 지난해 8조원 이상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는 지원 규모를 8조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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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육성 역시 황 행장 취임 이후 정책금융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수출입은행은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AI 산업 육성 특별위원회'를 발족해 AI 관련 금융 지원을 개별 사업 단위에서 전략 단위로 재정비했다. 금융 우대 확대, 스타트업 투자 강화, 중소·중견기업의 AI 전환 컨설팅 제공 등을 통해 정부의 AI 생태계 육성 정책에 적극 호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총 20조원 규모의 AI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K컬처 확산과 맞물린 뷰티·바이오 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시설투자, 수출, 해외 사업 확장 등 성장 단계별 자금 수요에 맞춘 맞춤형 금융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정책금융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책금융 확대 기조는 황 행장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한 '2028년까지 여신잔액 165조원 이상 달성' 목표의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5일 취임한 황 행장의 임기는 2028년 11월 4일까지로, 사실상 본인 임기 내 목표 달성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를 위해 수출 산업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금융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방산·조선·원전 등 전략 수주 산업과 연계한 글로벌 금융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황 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내부 출신 행장이라는 점이 꼽힌다. 윤희성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 내부 출신 수장으로서 조직과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취임 초기 정책 연속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별도의 조직 정비 기간 없이 정책금융 전략을 곧바로 실행 단계로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황 행장은 지난달 2일 상반기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 김진섭·이동훈·서정화 신임 본부장을 발탁했다. 국제개발협력 전문가인 서정화 본부장과 여신·글로벌금융 분야 전문가로 평가받는 이동훈 본부장을 전면에 배치한 것은 정책금융 확대 과정에서 전문성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향후 과제도 분명하다. 수백조원 규모의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하면서도 재무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를 병행해야 하는 '정책금융 연착륙'이 황 행장 앞에 놓인 최대 과제로 꼽힌다. 동시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남북협력기금(IKCF) 등 수출입은행 본연의 기능 역시 차질 없이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수출입은행은 생산적 금융 확대 차원에서 올해 벤처캐피탈(VC) 펀드 출자를 본격화한다. 기존 대출 중심 정책금융에서 투자·모험자본 영역으로 기능을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황 행장 임기 내 3조원 이상 신규 투자를 통해 15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에 총 110조원 이상의 자금을 공급하고, 비수도권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한 종합 지원 패키지도 도입할 예정이다.


황 행장은 신년사를 통해 "수은 정책금융이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가는 핵심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며 "단기 성과에 치우치지 않고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이 될 산업과 기업에 적기신속하게, 충분한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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