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긴 적자 끝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에넥스가 불과 1년여 만에 다시 위기에 놓였다. 업황 악화로 뚜렷한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로 거액의 과징금까지 부과되면서다. 이미 재무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실적 회복세마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71년 설립된 에넥스는 주방가구를 주력으로 한 국내 중견 가구업체로 인테리어와 맞춤가구 사업을 함께 영위하고 있다. 1995년 코스피에 상장했으며 국내 건설사 대상 B2B(특판) 주방가구 시장에서 한샘, 현대리바트와 함께 '빅3'로 꼽힌다. 전체 매출 중 B2B 비중이 87.5%에 달할 만큼 특판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리모델링 시장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며 에넥스는 장기간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2019년 2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이후 2023년까지 5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 역시 2018년 4457억원에서 2019년 3636억원으로 감소한 이후 매년 2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에넥스는 장기간의 부진을 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공급망 확대와 원가율 개선 등 수익 중심 경영에 집중하며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2024년 매출은 2641억원, 영업이익은 51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가까스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1660억원, 영업이익 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다소 부진하지만 흑자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공정위의 담합 제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건설사가 발주한 빌트인·시스템 가구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인 가구업체 48곳에 총 250억원의 과징금을 잠정 부과했다. 이 중 에넥스가 부담해야 할 과징금은 약 238억원으로 한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는 장기간 적자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에넥스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2024년 에넥스의 영업이익의 약 4.7배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넥스의 현금성 자산은 192억원에 불과한 반면, 결손금은 307억원에 달한다. 자본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과징금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단기 유동성과 재무건전성 모두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무구조 역시 이미 취약한 상태다. 에넥스의 부채비율은 2021년 100% 수준에서 꾸준히 상승해 2023년 269.59%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도 206.42%로 200%를 웃돌고 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재무 안정성이 저하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추가적인 재무 부담이 가시화될 경우 재무적 압박은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넥스가 최근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회복 국면에 진입한 상황에서 이번 과징금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기업 규모를 감안하면 과징금이 실적과 재무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어 "B2B(특판)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주택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실적 정상화에는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넥스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현재로서는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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