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국내 자본시장이 '꿈의 숫자'라 불리던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열었다. 1980년 코스피지수 100포인트 집계 이후 46년 만의 일이다. 당시보다 무려 50배 시장이 성장한 셈인데, 국내 혁신 기업과 한국 경제 전반의 성장성을 보고 베팅한 자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시각도 동시에 잇따른다. 특정 섹터와 일부 초대형 종목에 자금이 빨려 들어가고, 혁신 기업의 요람이 돼야 할 코스닥 시장은 외면받는 등 시장의 체온이 고르게 오르지 않은 탓이다.
지수가 오르는 데도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 수가 많았다는 사실은 국내 자본시장이 얼마나 편중돼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스닥 기업 관계자들은 지수 상승을 전혀 체감할 수 없다고도 입을 모은다. 자본의 흐름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양극화다.
이러한 현상은 민간 자본이 '확실한 수익(대형주)'만 쫓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세상이 격변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어쩌면 합리적 행동 양식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들만의 리그'를 마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편중 구조를 시장의 자율에만 맡겨둘 수는 없는 것이다.
국가가 개입해 자금의 물꼬를 터주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그래서 올해 본격화하는 국민성장펀드 같은 정책자금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AI, 반도체, 로봇, 모빌리티, 바이오 등 미래 육성산업 투자를 위한 15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데 해당 정책자금 종착지가 코스닥 기업과 소부장 강소기업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그 생태계를 구성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까지 지원 범위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이나 소부장 강소기업들에게는 강력한 '성장 사다리'가 될 수 있다. 대형주로만 향하던 자금의 물줄기를 코스닥 강소기업으로 돌려, 특정 종목의 블랙홀 현상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중소형주들도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도록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세제 혜택 등을 코스닥 및 중견기업 투자자에게 더 파격적으로 제공하는 정책도 유효해 보인다. 이번 국민성장펀드 중 민간운용사가 자금을 운용하는 간접투자펀드에는 개인도 참여 가능한데, 참여하는 개인에게는 투자금의 40%를 소득공제 해준다는 혜택은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중소형주 투자자들에게도 적용한다면 장기 투자 유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개인·기관 투자자들이 무조건 대형주로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저평가 우량주를 찾아 장기 보유하게 함으로써 시장의 허리를 튼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선 좀비기업 신속 퇴출 등 체질 개선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코스닥 체질 개선은 시장 신뢰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으며, 큰 손들의 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되풀이되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빈손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제적 선순환' 작업이 중요한 시점이다.
코스피지수 5000이라는 화려한 숫자에 취하기만 보다는 소외된 섹터와 중소형주들이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숫자의 성취에 취해 구조적 불균형을 외면한다면 이 상승장이 사회적 반작용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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