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준우 기자] 한파가 가고 어느새 따듯한 봄이 찾아왔다. 꽃샘추위로 당장 겉옷을 벗기에는 시기상조지만 벌써 나들이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양춘화기(陽春和氣)에 한반도는 머지않아 금방 달아오를 것만 같다.
이 시기 자본시장도 열기에 휩싸인다. 상장사들이 대부분 3월 말 주주총회를 개최해서다. 상장 벤처캐피탈(VC)도 3월 말에 있을 주총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VC에 투자한 주주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벤처시장 악화로 대거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주총이 다가오기도 전부터 하우스에 전화해 주가 부양책, 주주 환원책 등을 따져 묻는 주주들도 허다하다. 최근 이어진 VC 주식 상승 릴레이로 내가 투자한 하우스에 상실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 해 숱한 노력으로 주가를 부양한 기업들은 이 순간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간다. 반대로 밸류 하락세와 주주 환원을 방치한 기업들은 주주 열기에 진땀을 뺀다.
올해는 주총장에서 어깨를 펴는 하우스들이 등장했다. 바로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해 테마주로 묶인 VC들이다. 이들은 최근 가장 화두인 리벨리온·퓨리오사AI·스페이스X 등 AI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갖고 있어 주가가 연초부터 100% 뛰었다. 지분이 적어 상승폭은 제한적이지만 물린 주주를 구출한 하우스들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지분을 처분한다면 익절이든 손절이든 주총에 방문할 요인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주주 대응 카드로 포트폴리오를 내세우면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이미 테마주 수혜로 주가가 많이 올랐고 기업들이 상장 궤도에 들어와 상승 동력이 건재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주총에 찾아올 확률이 높은 주주는 테마주로 묶인 VC 주식을 사들인 단기 투자자가 아닌 오래전부터 물려 있던 장기 투자자들이다. AI 기업으로 당장의 열기를 잠재우려는 판단이라면 이들을 얕봤다. AI 기업이 부상했듯이 기술 발전으로 투자자들은 그 누구보다 정보에 빠삭해졌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AI만 붙으면 지갑을 열던 개미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월가에서 AI 거품론이 부상하면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 발표에는 투자금 회수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리벨리온, 퓨리오사가 상장 이후 수조원대의 밸류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VC 주가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신주가 3조원 밸류에 돈다는 퓨리오사는 지난해 매출이 50억원이라는 후문이 있다. 매출의 수천배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시장이 언제까지 용인해 줄지는 미지수다.
결국 저들이 원하는 것은 하우스 본연의 경쟁력을 통한 장기적인 성장 계획일지도 모른다. 테마주 열풍에 편승한 단기적인 주가 부양책이 아닌 이 주식을 오래 붙들고 있어도 된다는 안도의 조치 말이다. VC 주가가 타 산업 대비 예측이 더 어렵기에 더더욱 그렇다. 포트폴리오에 기대면 상장 VC 주식은 단기 투기판의 성지가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