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3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중대한 결정들을 내리고 있는 가운데 스타벅스 마케팅 논란까지 터지자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며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 회장은 이사회와 주주들의 감시와 평가 속에서 기업 이미지 정상화와 더불어 신사업들의 성공적인 연착륙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정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의 대표이사를 맡는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단순한 오너 경영 복귀가 아니다. 등기이사는 상법상 법인 등기부에 이름을 올려 주주 앞에 공식 책임을 지는 자리고 대표이사는 그 중에서도 회사를 법적으로 대표하며 실무 경영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정 회장은 이번에 두 가지를 동시에 맡음으로써 이사회와 주주 앞에 법적·제도적 책임까지 지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정 회장이 그룹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정 회장은 2010년 3월 ㈜신세계 대표이사로 이사회에 들어갔고 2011년 5월 ㈜신세계가 ㈜신세계와 이마트로 인적 분할하면서 양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했다. 이후 2013년 3월 양사의 대표이사에서 사임했다.
그는 이번 대표이사 복귀 이유에 대해 "회사 경영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지라는 시장의 요구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며 "앞으로 대표이사로서 이사회와 주주의 평가를 받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단의 출발점은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이었다. 논란 직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 회장이 공개 석상에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했지만 정작 주주 앞에서 경영 책임을 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직격했다.
일각에선 정 회장의 이번 결정이 정면돌파를 택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마트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최대주주로 이마트 대표이사직은 스타벅스코리아 이사회 구성과 운영에도 막중한 책임을 수반한다.
정 회장이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그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계열사는 총 세 곳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인터내셔널의 합작법인 AG글로벌홀딩스 초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지마켓 재도약을 이끌고 있는 데 이어 이번에 유통(이마트)과 부동산·AI 개발(신세계프라퍼티)까지 직접 책임지는 구조가 완성됐다.
특히 신세계프라퍼티는 정 회장이 직접 승부수를 던진 AI 신사업의 실행 거점이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에 직접 서명하며 사업을 공식화했다.
양사는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전력 용량 250MW 규모의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신세계프라퍼티가 부지 마련 등 실무를 맡는다. 나아가 상품 소싱·발주·가격 책정·물류·재고관리·고객관리 등 유통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리테일 혁신도 병행 추진 중이다.
여기에 그룹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까지 정 회장이 직접 챙기게 됐다. 정 회장은 지난달 29일 경영전략실장을 겸임하던 임영록 사장을 겸직 해제하면서 신임 실장이 선임될 때까지 경영전략실을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통·글로벌 이커머스·AI 인프라·그룹 전략까지 신세계그룹의 모든 핵심의사결정을 정 회장이 직접 챙기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정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는 것은 당면한 현안들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그룹의 미래 성장을 진두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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