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구다이글로벌의 주관사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공동 주관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에 발행사가 가점을 매기는 초유의 사례가 나타났다. 구다이글로벌은 제안서 단계부터 이른바 화학적 결합을 강조하면서 하우스 간 호흡을 검증할 의도를 나타냈다. 대규모 주관사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고 원팀으로 완주 능력을 평가하려는 포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다이글로벌은 입찰제안요청서(RFP)에 호흡을 맞추고 싶은 국내 및 해외 증권사를 기재해달라고 명시했다. 통상적인 주관사 선정 절차와는 차별화한 요구로 마치 최근 유명세를 탄 흑백요리사의 팀 대결처럼 마음에 맞는 파트너를 골라보라는 시험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구술심사(PT) 질의응답 과정에서 파트너 하우스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제안서 단계에서 요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제안서를 제출한 증권사의 IPO 담당자는 "보통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가볍게 오가는 내용인데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발행사의 이색적인 요구는 자문사 선정에서 단순한 위상을 넘어 업계 내 평판을 가늠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경쟁사가 바라보는 해당 증권사의 역량을 교차 검증하겠다는 의미다. IB 관계자는 "기업 생애주기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 어느 기업이나 최고의 파트너를 찾고 싶어 한다"며 "발행사는 각 증권사의 강점과 단점을 업계 관계자들만큼 잘 알지는 못하니 이런 질문을 통해 하우스의 평판이나 입지, 신뢰도 등을 다각도로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목적은 최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원팀 구축이다. 통상 조 단위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는 기업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여러 증권사를 모아 주관사단을 꾸린다. 최근 주관사단 구성을 마친 HD현대로보틱스는 총 6개 증권사를 선정했다. 대표 주관사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UBS 등 3곳이다. 10조원 이상 몸값으로 거론되는 구다이글로벌 역시 이에 준하는 매머드급 진용을 갖출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관사단 규모가 커질수록 잡음이 나올 여지가 커진다. IPO 실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복수의 주관사가 참여하면 필연적으로 하나의 하우스가 주도권을 잡게 된다"며 "각 하우스마다 중요시하는 지점이 다르고 전략이나 스타일도 상이하기에 주도권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와 해외 증권사는 이해관계가 좀 다르다"며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는 지에 따라 역할론이 달라지기에 주도권 경쟁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대형 거래를 두고는 상이한 캐릭터의 증권사들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된 하우스가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숏리스트(예비적격후보)에 이름을 올린 증권사 관계자는 "제안서의 여러 질문 중 하나에 불과해 이것만으로 희비가 갈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발행사가 팀워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건 명확하기 때문에 기존의 주관 레코드를 눈여겨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딜을 주도해 온 상위권 하우스는 공동 주관 실적도 두텁다. KB증권의 강점은 해외 증권사와의 시너지다.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과 LG씨엔에스 상장을 이끌었다. 직전 해에는 UBS, JP모간 등과 함께 HD현대마린솔루션을 증시에 입성시켰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와 함께 공동 대표 주관을 맡은 이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과 함께 다양한 거래에 이름을 올렸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2건의 딜을 공동 대표 주관했으나 파트너였던 삼성증권이 이번 숏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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