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계열분리 구상이 가시화되면서 금융 부문을 책임지는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테크·라이프 부문이 먼저 분리 수순에 들어간 반면, 금융계열은 조 단위에 이르는 몸집과 복잡한 지분 구조로 독립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높다는 평가다. 결국 금융계열 분리의 성패는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계열사 전반의 재무 체력과 기업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한화그룹 오너 3세 경영 승계의 '마지막 퍼즐'로 꼽히는 금융계열 분리의 향방과 풀어야 할 경영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한화그룹 금융부문이 인도네시아 리포그룹과의 협력을 축으로 해외 금융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은행·증권을 아우르는 현지 금융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구축하면서,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금융 계열사의 기업가치 제고를 노리는 행보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금융부문 성장 전략이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독립 경영 및 계열분리 구상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 계열사의 실적과 성장성이 뒷받침될수록 향후 지분 교환이나 매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이 보유하던 리포손해보험(Lippo General Insurance Tbk) 지분 46.6%(13억9800만주)를 약 823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한화손해보험의 리포손해보험 지분은 61.5%(18억4500만주)로 높아졌다. 앞서 2023년 양사가 공동 인수에 나섰던 구조를 한화손해보험 중심으로 재편한 셈이다.
한화손해보험은 리포손해보험에 수재보험(다른 보험사가 넘긴 위험을 인수하는 재보험) 네트워크와 언더라이팅(인수 심사), 리스크 평가 체계를 접목해 손해율 개선과 수익 구조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시너지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리포손해보험은 2025년 9월 말 기준 자산총계 2491억원 규모의 인도네시아 중형 손해보험사로, 자카르타 쿠닝안 지역에 본사를 두고 13개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지분 정리는 김동원 사장이 주도하는 금융부문 내 역할 분담과 책임 경영 강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은행·생명보험을, 한화손해보험은 손해보험을 각각 중심축으로 삼아 사업 구조를 정리하고, 김 사장은 이를 총괄하는 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리포그룹과의 협력은 손해보험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화생명은 2025년 6월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PT Bank Nationalnobu Tbk) 지분 40%를 취득하며 해외 은행업 진출과 함께 경영권 및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칩타다나증권과 자산운용사를 연이어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금융 생태계 내 존재감을 키웠다. 보험·은행·증권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밸류체인은 김동원 사장이 '금융 CEO'로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협력 배경에는 김동원 사장과 존 리아디 리포그룹 대표 간 신뢰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금융시장 성장성과 보험·은행·증권을 아우르는 복합 금융 시너지가 맞물린 전략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에 무게를 둔다.
실적 지표도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자회사인 리포손해보험은 2025년 3분기 말 기준 분기순이익 127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52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보험요율 조정과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가 수익성 회복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부은행 역시 같은 기간 1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인수 첫해부터 한화생명의 해외 수익원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김동원 사장은 헬스케어 영역까지 금융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최근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차바이오그룹에 100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한 것도, 보험 본업을 넘어 미래 성장 스토리를 금융 부문에 얹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는 금융 계열사의 밸류에이션을 장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에서는 김 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통해 '성과가 증명된 경영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계열분리 과정에서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금융 계열사의 기업가치가 뚜렷하게 상승할 경우, 김 사장은 형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의 지분 재편 과정에서도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향후 ㈜한화로부터 금융부문을 떼어내 신설 금융지주를 출범시키고, 김 사장이 대주주로 올라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신설 금융지주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수록 김 사장이 지분 스왑이나 매입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실질 지배력도 확대되는 구조다.
예컨대 김 사장이 맏형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한화 또는 한화에너지 지분을 넘기는 대신 금융지주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결국 금융부문의 성장성과 밸류업이 김 사장의 독립 경영과 계열분리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를 축으로 한 한화 금융부문의 해외 확장 전략은 단순한 사업 다각화가 아니다. 김동원 사장이 독립 경영자이자 차기 금융 축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를 가르는 시험대라는 점에서, 그 성과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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