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크레딧앤솔루션(ICS)이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 합병의 백기사로 나타나 400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투자한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극장업에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검토하는 속내에 일반적이지 않은 전략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참전을 단순한 산업 베팅이 아니라 ICS 특유의 크레딧 투자 전략과 그룹 단위 거래 선점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CS는 롯데시네마 운영사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 운영사 메가박스중앙이 합병해 설립할 합병법인에 최대 4000억원 규모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논의가 막 시작된 초기 단계로 ICS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을 각각 접촉하며 개별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ICS가 대규모 투자를 검토하면서 양사 합병에도 속도가 붙을 거란 기대감이 커졌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침체된 극장·영화 산업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합병을 결정했다.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는 합병과 함께 외부 자금 수혈이 필수적이었지만 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적절한 투자자를 찾는데 난항해왔다. 이번에 ICS가 투자를 확정할 경우 롯데그룹과 중앙그룹 역시 합병법인에 각각 1000억원씩 출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성사되면 ICS는 지분 약 40%를 확보해 단일 최대주주가 되고, 롯데와 중앙그룹은 각각 30% 안팎의 지분을 보유할 전망이다.
ICS는 일반적인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중심 PEF와 달리 산업의 성장성보다는 현금흐름의 안정성과 구조화된 회수 가능성을 중시하는 크레딧 하우스다. 영화관 산업은 성장 동력은 약화됐지만 단기간 내 완전히 소멸할 가능성은 낮은 업종으로 평가된다. OTT 확산 이후 관객 수는 줄었으나 대형 상업영화와 특별관 중심의 수요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합병을 전제로 중복 상권 정리와 점포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비용 구조 개선 여지도 남아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극장 산업의 손익분기점 관객 수가 과거 대비 크게 낮아졌고 고정비 비중이 높은 구조상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가 확보될 경우 현금흐름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합병 이후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 가시성이 확보된다면 크레딧 투자 관점에서는 충분히 구조화 가능한 거래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크레딧 하우스는 투자 하방을 방어하기 위해 전환사채(CB), 상환전환우선주(RCPS) 등 메자닌 구조를 활용하는게 일반적이다. 합병 이후 실적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경우에는 이자 수취 중심의 재무적투자자(FI)로 남고,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지분 전환을 통해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다. 특히 ICS는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의 연계를 통해 바이아웃 역량까지 갖추고 있어 다른 크레딧 하우스보다 이번 투자를 상대적으로 부담 없이 검토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를 그룹 단위 거래 선점을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과 중앙그룹 모두 유통·미디어·콘텐츠 전반에 걸쳐 비핵심 자산과 구조조정 수요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극장 합병이라는 난이도가 높은 거래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신뢰 관계를 구축할 경우 향후 추가 자금 조달이나 자산 재편 국면에서 우선적인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ICS 입장에서 이번 거래는 단발성 투자가 아니라 장기적 커버리지 관점에서의 출발점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ICS의 전략적 판단과는 별개로 유한책임투자자(LP) 설득은 과제로 남아 있다. 투자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이번 투자는 ICS가 보유한 블라인드펀드에 더해 프로젝트펀드를 병행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극장 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대전제는 여전한 만큼 투자 논리와 하방 방어 구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할 경우 LP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악의 경우 ICS 주도로 매각이 추진되더라도 적절한 인수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K그룹이 사실상 소유권을 내려놓았던 11번가가 대표적이다. 당시 FI 주도로 수년간 매각을 추진했음에도 원매자를 확보하지 못해 LP 자금이 수년간 묶였으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이 11번가를 다시 품으면서 가까스로 엑시트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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