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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오사AI 증시 데뷔 무대의 중요성
김기령 기자
2026.01.27 08:25:13
한국거래소 국내 상장 설득…글로벌 유니콘 성장 기회 발목잡을 우려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6일 08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한국거래소가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퓨리오사AI 측을 만나 미국 나스닥 대신 국내 증시 상장을 설득했다는 소식은 여러 의미로 곱씹게 된다. 국내 증시의 성장을 위해 대어를 붙잡겠다는 거래소의 절박함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거래소가 기업을 설득하기 위해 내민 손이 오히려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하려는 스타트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퓨리오사AI 같은 팹리스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으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수급 규모가 크다. 기술 개발 단계마다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자본이 끊임없이 수혈돼야 하는데 국내 VC들의 자금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결국 이들이 나스닥행을 고민하는 건 단순히 미국병에 걸려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택인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거래소의 행보는 자칫 국내 VC들이 투자로 키운 기업을 국내라는 좁은 가두리에 가두는 격이 될 수 있다.


기초체력이 약한 국내 증시에서 이들 기업들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물론 최근 국내 증시는 오천피(코스피 5000포인트), 천스닥(코스닥 1000포인트) 시대를 이야기할 만큼 외형적으로 성장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논란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기술 기업의 성장성을 뒷받침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게 사실이다. 


만약 퓨리오사AI가 해외에서 1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국내에 5조원에 상장하게 된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국민연금과 공제회 등 국내 VC에 자금을 댄 출자자(LP)들의 수익률이 깎이는 것은 물론 이는 다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자금이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거래소 역시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 기업을 찾아가 설득에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현재 시장의 체력을 방증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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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신인도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스타트업이 해외로 향하는 것은 한국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기업으로서 더 멀리 나아가는 과정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시대에 거래소가 국내 증시 활성화라는 당장의 실적을 위해 기업을 붙잡아두려는 것은 근시안적이다.


거래소가 우량 스타트업의 이탈을 막고 싶다면 그들을 설득하러 다닐 시간에 국내 증시의 체력부터 길러야 한다. 기업이 먼저 상장하고 싶어 하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국내에 남아달라"는 말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우량 스타트업을 국내에 묶어두고 싶다면 답은 단순하다. 더 좋은 시장이 되는 것이다. 기업에게 남으라고 말하기 전에 기업이 남고 싶어지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설득보다 먼저 해야 할 거래소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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