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이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국제 평가에서 성능을 인정받은 데 이어 금융·의료·통신 등 산업 현장으로 활용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정부가 '국가대표 AI' 모델을 만들겠다며 출범시킨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한국형 AI의 위상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LG AI연구원의 초거대 언어모델 엑사원은 국제 평가와 글로벌 협업에서 주목을 받으며 위상을 높이고 있다. 추론 능력을 강화한 '엑사원 딥', 정밀 의료 특화 모델 '엑사원 패스 2.0', 금융 분석을 지원하는 '엑사원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엑사원-BI)' 등이 해외 기관과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성과를 냈고, 최근 공개된 '엑사원 4.0'은 성능 지표에서 한국 기준 1위, 글로벌에서는 상위권을 기록했다. LG AI연구원은 AI 모델 개발 기업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리며, 단순히 새 버전 출시에 급급하기보다 산업 현장에 맞닿은 특화 모델로 경쟁력을 입증하고 한국형 AI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엑사원은 버전별로 해외 기관과 학계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엑사원 3.5는 미국 스탠퍼드대가 발간한 글로벌 AI 보고서에 국내 모델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올해 3월 나온 엑사원 딥은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 AI가 '주목할 만한 모델'로 선정했다. 

이어 7월에는 엑사원 패스 2.0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서 미국 내 최상위 의료 연구기관인 밴더빌트대 메디컬센터의 황태현 교수로부터 '신약 개발 전 과정을 혁신할 플랫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달 엑사원-BI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채택돼 글로벌 투자자 대상 데이터 서비스로 활용됐으며, 뒤이어 공개된 엑사원 4.0은 오픈소스로 배포돼 단기간에 수십만 건 다운로드되며 확산 속도를 입증했다.

특히 엑사원 4.0은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AI로, 대규모 언어모델의 지식 기반 답변 능력과 추론 AI의 문제 해결 능력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국제 벤치마크 시험에서 미국·중국·프랑스 대표 오픈 웨이트 모델(가중치 공개 모델)을 제치고 최고 성능을 입증했으며, 의사·관세사 등 6개 국가 공인 자격증 필기시험을 통과할 만큼 전문성도 확보했다. 

경량화된 온디바이스 모델은 오픈AI의 'GPT-4o 미니'보다 높은 성능을 기록해 스마트폰과 가전, 자동차 전장 시스템 등 다양한 기기에 적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엑사원 4.0은 현재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됐고,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서비스도 시작해 개인과 기업 누구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손쉽게 연동·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2020년 12월 설립됐다. 이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LG사이언스파크에 꾸린 AI추진단을 모태로 삼아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출범 이후 연구원은 그룹 내 AI 싱크탱크로 자리잡았다. 초대 원장을 지낸 배경훈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반을 닦았고, 현재는 이홍락 부사장과 임우형 상무가 공동 원장을 맡아 2기 체제를 이끌고 있다. 이 부사장은 글로벌 AI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온 석학으로 미시간대 교수직을 겸하고 있으며, 임 상무는 엑사원 기반 응용 연구를 통해 계열사 사업과 산업 현장 적용을 확대해온 전문가다.

지난 5월 LG AI연구원은 여의도와 마곡에 흩어져 있던 300여명의 연구진을 한곳으로 모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디앤오 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R&D) 협업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출범 이후 LG AI연구원은 국제 학회에서 2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하고 국내외 200여 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그룹 계열사와 협력해 가전·통신·바이오 등 산업 현장에 AI를 접목하는 프로젝트를 확대해왔다. 

또 사내 교육 과정을 통해 지난 4년간 1만5000명 이상의 AI 인재를 길러내며 R&D 거점에서 인재 육성 허브로도 역할을 넓히고 있다. 구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같은 첨단 기술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며 그룹 차원의 투자와 실행 의지를 강조했고, LG가 AI를 미래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고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 AI연구원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의 정예팀에도 선정됐다. 한국형 파운데이션 모델을 확보해 기술 자립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이 사업에서 LG AI연구원은 주관사로서 'LG 컨소시엄'을 꾸려 글로벌 최고 수준의 최신 프런티어 AI 모델 대비 95%가 아닌 100% 이상의 성능을 갖춘 'K-엑사원'을 개발,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컨소시엄에는 그룹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LG CNS를 비롯해 슈퍼브AI, 퓨리오사AI, 프렌들리AI, 이스트소프트, 이스트에이드, 한글과컴퓨터, 뤼튼테크놀로지스까지 총 10개 기업이 참여한다.

한편 올해로 창립 7주년을 맞은 딜사이트는 오는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25 딜사이트 창립기념 경영전략 써밋'을 개최한다. 'AI 시대, 산업·자본·투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상무)이 기조강연자로 나서, 엑사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별 특화 AI 전략과 국가 차원의 AI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