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2023년 말 HMM 인수전에서 하림-JKL 컨소시엄에 2000억원 차이로 고배를 마셨던 동원그룹이 다시 레이스에 참전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2년여 만의 인수합병(M&A) 재도전은 그룹의 사업 정체성을 바꾸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덩치를 키우는 외형 확장을 넘어 원료 채취부터 최종 소비자 단계까지 이어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통합 물류 제국을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으로 읽힌다.
동원그룹은 동원산업의 원양어업을 출발점으로 육상 물류를 담당하는 동원로엑스, 항만 인프라인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BCT)까지 확보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인 해상 운송이 공백으로 남아있는데 HMM 인수는 이 빈 자리를 단숨에 메울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이미 보유한 동원산업(어획/생산),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항만), 동원로엑스(육상 물류/콜드체인)에 HMM의 해상 운송을 더해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내재화한다는 구상이다.
동원이 그리는 그림은 이른바 '엔드 투 엔드(End-to-End)' 물류 체계다. 어획과 원재료 확보, 가공, 해상 운송, 항만 하역, 육상 운송과 보관, 유통·배송까지 공급망 전 과정을 내부에서 통제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히 물류 구간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외부 변수였던 운송비와 물류비를 내부 관리 영역으로 끌어들여 원가 구조를 지배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HMM이 가진 글로벌 컨테이너 노선망은 이와 같은 전략의 핵심 축이다. 전 세계를 잇는 해상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동원로엑스의 국내 콜드체인, BCT의 스마트 항만 운영 역량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수산물과 식품처럼 신선도 관리가 중요한 화물에서 해상 운송부터 육상 배송까지 일원화된 관리 체계는 동원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인수가 성사되면 동원은 직접 잡은 참치를 자체 선박(HMM)에 실어 계열사의 터미널(DPCT)에 하역한 뒤 트럭(동원로엑스)으로 배송하는 수직 계열화 모델을 갖추게 된다.
동원그룹은 과거에도 M&A를 통해 수직 계열화 및 그에 따른 수익성 제고 성과를 냈다. 동원산업은 2008년 미국 참치캔 제조사 스타키스트를 3800억원에 인수하며 '어획-가공'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당시 스타키스트는 원재료 변동성이 큰 수산업 특성 탓에 실적 부진 겪고 있었다. 2007년과 2008년 스타키스트는 5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는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0억원에서 18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 상승과 참치 원어(가다랑어) 가격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었다. 이에 당시 스타키스트의 주인이었던 델몬트는 매각을 결정했고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를 품었다.
동원에 매각된 첫 해인 2009년에 스타키스트의 실적은 매출 7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반등했다. 매출 정체와 수익성 악화에 신음하던 스타키스트를 인수하고 동원은 불과 1년 만에 실적 반등 성과를 냈다. M&A를 통해 안정적 원어공급이 가능해진 덕분으로 풀이된다. 스타키스트는 현재 연간 조 단위 매출을 올리며 동원산업의 핵심 자회사로 안착한 상태다.
HMM 인수 재도전은 동원이 스타키스트를 통해 얻은 수직계열화 성과를 해상 운송으로 확장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스타키스트 인수가 생산 밸류체인의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면 HMM 인수는 물류 밸류체인 확장 및 완성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HMM이 국내 최대 해운사인 만큼 인수에 따른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운임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탓에 최근 이어지고 있는 호황기가 침체기로 접어들 시기에도 대비해야 한다. 동원그룹의 체급 대비 과도한 인수 규모도 부담요인이다. HMM 몸값이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대규모 인수자금 마련은 재무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복수의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며 자금조달 방안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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