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 8곳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다. 이들 대부분이 보유 현금을 뛰어넘는 채무 만기 일정을 앞두고 있다. 당장 차환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부정적 딱지가 조달 문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각 사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SK어드밴스드는 석유화학 위기 속에서도 일단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채무에 대한 차환 고비를 일단 넘겼다는 평가를 얻는다. SK가스가 보증약정을 제공한 덕에 단기차입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이는 일시적인 숨 고르기에 가깝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익성 악화 속에 고금리 단기차입 규모가 급격히 늘며 재무 악순환의 늪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어드밴스드는 2700억원 규모 단기성 자금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지난달 28일 특수목적법인(SPC)으로부터 700억원 규모 일반 차입금을 마련한 데 이어 같은 날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달 중으로 동일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이번 조달이 가능했던 건 SK어드밴스드의 지분을 45%가량 보유 하고 있는 SK가스가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해 준 덕분이다. 현재 SK어드밴스드의 신용등급은 BBB+로 자체 신용만으로는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조달은 불가능한 처지다.
조달 자금은 만기 도래 채무 상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내년 만기 도래 채무 규모만 269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1450억원, 하반기 1240억원이다. 3분기 말 기준 SK어드밴스드의 현금성 자산이 196억원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SK가스가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급한 불을 꺼준 셈이다.
다만 방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고금리 단기차입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SK어드밴스드의 단기차입금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1300억원으로 전년 말(500억원) 대비 160% 폭증했다.
사실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역시 실질적으로 단기성 채무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서류상 만기는 30년이라 영구채로 불리지만 발행 9개월 만인 내년 8월 28일부터 원금을 갚을 수 있는 권리(콜옵션)가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이때 돈을 갚지 않으면 금리가 연 2% 뛰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된다. 7.58%인 현재 금리가 9.58%까지 치솟게 되는 구조다. 시장에서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사실상 9개월짜리 단기 채권으로 간주하는 이유다.
이같은 차입 구조는 막대한 이자 비용으로 이어진다. 이미 SK어드밴스드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이자비용은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202억원) 대비 불어났다. 4분기에 집행된 추가 차입분까지 감안하면 연말 기준 금융비용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신용도 하락 압박도 임계점이다. SK어드밴스드는 현재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붙은 가운데 주요 등급 하향 트리거 역시 이미 건드린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EBITDA 대비 매출액 비율 2.5% 미만 ▲부채비율 250% 초과 지속을 하향 요건으로 제시했으나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두 조건을 충족했다. EBITDA/매출액 비율은 2024년 -8.8%, 올해 1분기 말 -11.9%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각각 351.7%, 343.8%에 달했다.
등급 하락 시 고금리 차입은 피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SK어드밴스드가 이미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돌파하기 힘든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해 이달 말까지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SK어드밴스드를 포함한 16개 석화 기업은 이미 계획안 제출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정부 지원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는 만큼 SK어드밴스드의 고금리 단기차입으로 버티는 위태로운 재무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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