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카드업계가 조달 비용 상승과 연체율 부담 확대, 업황 둔화라는 이른바 '삼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현대카드가 업계 전반의 역풍 속에서도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가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까지 동시에 개선하며 구조적 체질 개선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6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35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10.7% 증가한 수치로, 조달금리 상승과 대손비용 부담이 확대된 환경 속에서도 주요 카드사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카드업계 성적표의 핵심 키워드는 '수익성 방어'였다.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카드채 발행 비용 등 조달 부담이 커졌고, 경기 둔화 여파로 연체율과 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대부분 카드사의 실적이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상위 카드사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전년대비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16.7% 감소했고, 삼성카드 역시 2.8% 줄었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도 18.0% 감소한 3302억원의 순이익에 그쳤다.
이와 달리 현대카드는 실적 성장 흐름을 유지하며 순이익 규모에서 KB국민카드를 넘어섰고, 이에 따라 업계 순위는 3위로 올라섰다. 순이익 기준으로 2위 신한카드와의 격차도 1200억원대까지 좁혀지며, 카드업계 '빅3' 체제를 공고히 했다.
현대카드의 이 같은 성과는 일시적 반등이 아닌 연속적인 실적 개선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2년 2530억원이었던 순이익은 이후 3년 동안 한 차례의 역성장 없이 증가세를 이어가며 40% 가까이 늘었다.
손익 지표뿐 아니라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판매와 회원 수 부문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했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개인·법인을 합산한 연간 신용판매 취급액은 176조4952억원으로 전년대비 6.2%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는 2024년 10월 이후 2025년 말까지 약 15개월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원 수도 2022년 말 1104만명에서 지난해 1267만명으로 늘어나며 3년 새 160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월평균 인당 이용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124만원을 넘어 3년 연속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단순 회원 수 확대가 아닌 실제 이용 빈도와 결제 규모가 큰 고객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해외 신용판매액 역시 3조9379억원으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기록했는데, 업계에서는 애플페이 도입 효과와 여행·해외 결제 특화 서비스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면서도 리스크 관리 지표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 역시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기준 현대카드의 연체율(1개월 이상 대환 미상환 금액 미포함)은 0.79%로 직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경기 불확실성 확대 국면에서도 2021년 이후 5년 연속 0%대 연체율을 유지한 업계 유일한 사례다. 업계 전반에서 연체율이 상승 압력을 받는 상황과 대비된다. 무리한 자산 확대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의 여신 운영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카드의 질주 배경으로 '아키텍트 오브 체인지(AoC)' 전략을 꼽는다. 복잡했던 혜택 구조를 단순화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보상에 집중한 상품 재편이 소비자 선택을 끌어냈다는 분석이다.
현대카드는 2024년부터 M·X·Z 시리즈 등 주력 상품 33종을 리뉴얼하거나 신규 출시했다. 프리미엄과 범용 시장 사이를 공략한 '부티크(Boutique)' 시리즈와 소비 패턴에 따라 혜택을 직관적으로 제공하는 '알파벳 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독보적인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이 더해지며 고객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높은 인당 이용액과 건전성 관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상품과 데이터 사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경쟁력과 함께 건전성 중심의 경영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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