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주주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라고 압박하면서 BNK금융지주 이사회가 전례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해온 금융당국 기조에 맞춰 BNK금융은 이사회 과반 이상을 주주 추천 인사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롯데와 국민연금, 행동주의 펀드까지 뒤섞인 지분 구조 탓에 제도 운영 방식에 따라 이사회 내부 의사결정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이달 15일부터 사외이사 주주 공개 추천 절차를 개시하고 오는 30일까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받는다. 이번 절차는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는 게 BNK금융의 설명이다.
주목할 점은 사외이사 추천 자격의 문턱이 예상보다 낮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사외이사 추천 경로 다변화 요구를 적극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BNK금융은 6개월 이상 의결권 있는 주식 1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 또는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라면 누구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주주 1인당 연 1회, 1명의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하지만 추천 문턱이 낮아진 만큼 추천 후보가 난립할 경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부담이 커지고, 검증 기능이 형식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추천 제도 확대가 곧바로 이사회 혼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의사결정 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BNK금융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주주는 최근 사업보고서 기준 최대주주인 롯데쇼핑(10.67%)과 국민연금(9.07%), 협성종합건업(6.90%)을 비롯해 라이프자산운용, OK저축은행, 외국계 캐피탈사, 지역 기반 기업 등 7곳 이상으로 파악된다.
만약 이들 주주가 추천한 인사들이 임추위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않은 채 이사회의 과반을 점유하게 될 경우, 이사회가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기구가 아니라 각 주주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한 이해관계의 각축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롯데와 달리 라이프자산운용은 강도 높은 인적 쇄신과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주주 간 노선 차도 뚜렷하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실제 행동주의 주주의 공개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말 언론사 기고글에서 "BNK금융은 자본효율성, 성장성, 수익성, 리스크 관리, 주주환원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업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역설적이지만 이는 BNK가 조금만 혁신해도 기업가치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급한 경영 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정상화,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전부"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주주 참여 확대 자체보다도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사외이사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 내 위원회의 적정한 운영이 침해돼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주주 추천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서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엄격한 관리 및 검증 절차가 적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BNK금융 이사회에 주주 영향력이 상당 부분 반영돼 왔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례로 김남걸 사외이사는 공식적으로 외부 자문기관 추천을 통해 합류했지만, 과거 경력과 시장 평가 등을 이유로 최대주주인 롯데 측 인사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번 사외이사 주주 추천제 도입은 기존의 비공식적인 영향력을 투명한 제도권 안으로 공식화하는 과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시장의 시선은 이제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쏠리고 있다. BNK금융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지난해 3월 합류한 박수용 이사를 제외한 이광주 의장, 김병덕·정영석·오명숙·서수덕·김남걸 등 6명의 임기가 모두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 결과에 따라 주주 추천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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