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임초롱 기자] 은행지주 경영승계를 담당하는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진단이 결국 특별점검으로 이어졌다.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이 이례적으로 특별점검을 예고한 것은, 은행지주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조기에 진단하고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정부·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미 마련된 경영승계 절차에 대한 감독당국의 개입이 자칫 '관치'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지배구조 선진화 TF 킥오프 회의를 마친 뒤, 19일부터 은행지주 8곳을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정기검사 성격이 아닌 수시 점검으로,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TF와는 별도로 실제 현장에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문제의식은 취임 직후부터 이어져 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경영승계 과정에서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권 지배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후, 이러한 문제의식이 더욱 공론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특별점검은 대통령 발언에 따른 직접적인 후속 조치라기보다는, 그간 누적된 금융당국의 판단이 구체적 점검으로 이어진 결과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은행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 정권에서도 반복돼 왔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전 금감원장 재임 시절에는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 과정이 '셀프 연임' 논란에 휩싸였고, 김병환 전 위원장과 이복현 전 원장 시기에는 은행지주 부회장직 제도가 폐쇄적인 후계 구도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권과 여야를 막론하고 은행지주 이사회의 역할과 경영승계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가 반복돼 온 셈이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는 핵심은 금융지주사가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현직 회장이 연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후계 구도 역시 현직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2023년 말 업계와 함께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형식적 절차 이행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억원 위원장과 이찬진 원장 역시 같은 시각으로 은행지주 지배구조를 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특별점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금감원은 이번 TF 논의 과정에서 최근 회장 연임과 이사회 운영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사례들을 점검 대상으로 올릴 계획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경우 2024년 말 연임 도전을 앞두고 재임 가능 연령 기준이 완화된 점이,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지난해 10월 차기 회장 후보 접수 기간을 추석 연휴를 포함해 실질 영업일 기준 5일로 설정한 점이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또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평가를 설문 방식으로만 진행하고, 평가 결과를 전원 재선임 기준 등급(우수) 이상으로 부여한 점 역시 이사회 평가의 실효성 측면에서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이들 사례가 연임 요건 변경, 후보 모집의 공정성, 이사회 평가 방식 등 서로 다른 유형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이 주간보도계획에도 없던 특별점검 예고 성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점도 눈길을 끈다. 다만 이미 BNK금융에 대한 점검은 사전에 예고돼 있었던 만큼, 완전히 새로운 검사라기보다는 특정 사례 점검을 은행지주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임원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팀장급 이하 실무진들은 지난 12~13일에서야 인사이동과 인수인계 등이 모두 마무리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숨 고를 새도 없이 곧바로 선전포고에 나선 점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현황과 실태를 빠르게 점검하고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대목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 선진화 TF 출범과 킥오프 회의에서 지배구조 미흡 사례를 점검하기로 했는데, 이미 검사를 예고했던 BNK금융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례 취합이 필요했다"며 "한 가지 사례만 들여다보기보다는 은행지주 전반적인 현황을 들여다보고 킥오프 회의를 기점으로 모두 살피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점검은 다음주부터 나가게 되기 때문에 주간계획에 없던 자료 배포 일정을 다음주로 미뤄도 됐지만, 그만큼 은행지주 지배구조 관련한 선진화 작업을 빠르게 하고 싶어 하는 금융당국의 의지로 봐달라"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에서는 관치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한·우리·BNK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회장 연임안이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상장사인 은행지주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감독당국이 사실상 제동을 거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에 대한 지배구조 압박이 이어지자 백종일 JB금융 부회장이 최근 9일 만에 돌연 사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제도를 이행하며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해 왔는데 민간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 삼는 것은 경영상 위축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면서도 "TF에서 나올 예정인 이야기와 미흡한 부분에 대해 개선이 요구되면 성실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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