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최근 지방금융지주 계열 은행장 인사에서 캐피탈 출신 경영진의 약진이 하나의 흐름으로 포착되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 내부 승진 공식을 벗어나, 비은행 계열사를 이끌며 실적으로 검증받은 인물들이 은행장 후보군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과 부산은행은 최근 신임 은행장으로 각각 캐피탈 대표를 지낸 인사를 선택했다. JB금융지주는 전북은행장에 박춘원 전 JB우리캐피탈 대표를 선임했다. 박 행장은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를 거쳐 아주산업, 아주저축은행, 아주캐피탈 대표를 역임한 뒤 2021년부터 JB우리캐피탈을 이끌어왔다.
박 행장은 은행 내부 승진 코스를 밟은 인물은 아니지만, JB우리캐피탈 대표 재임 기간 안정적인 수익성과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운용 능력을 입증하며 지주 실적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박 행장이 대표로 재직했던 기간 JB우리캐피탈은 지주 내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BNK금융지주도 유사한 선택을 했다. 신임 부산은행장으로 김성주 전 BNK캐피탈 대표를 낙점했다. 김 행장은 1989년 부산은행 입행 이후 은행과 지주, 비은행 계열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BNK금융 리스크관리부문장을 거쳐 BNK신용정보, BNK캐피탈 대표를 역임하며 은행·비은행 양쪽 경험을 축적했다.
김 행장은 특히 캐피탈 부문에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한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BNK금융 측은 "건전성 관리와 내부통제 고도화는 물론 디지털 금융 환경 대응,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사는 보수적인 은행권 관행을 감안하면 상징성이 적지 않다. 은행장은 통상 은행 내부에서 오랜 기간 영업과 본부 경험을 쌓은 인물이 맡아왔고, 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 출신이 전면에 나서는 사례는 드물었다.
배경에는 지방금융지주 내에서 캐피탈의 수익 기여도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한다. 지방금융은 지역 경기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성장 여력 둔화로 은행 중심 성장 전략에 한계를 겪어왔다. 반면 캐피탈은 상대적으로 규제 부담이 적고 리스, 기업금융,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지주 실적을 뒷받침해 왔다.
J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 기여도를 기록한 곳은 캐피탈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JB우리캐피탈의 순이익은 2116억원으로, 전북은행(1784억원)을 웃돌았다. 은행과 캐피탈의 사업 구조와 규제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캐피탈이 지주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확대됐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BNK캐피탈 역시 지주 내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BNK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097억원으로,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이어 지주 내 세 번째 규모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주 실적 내 비중도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실적 중심의 인사 기조가 단기 성과뿐 아니라 은행 경영 환경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자본비율 관리, 위험가중자산(RWA) 통제, 기업금융 다변화 등에서 캐피탈 경영 경험이 은행 경영에도 유효한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은행 내부 승진 구조가 강한 만큼, 조직 문화 적응과 내부 반발 관리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방금융지주들이 캐피탈을 단순한 보조 수익원이 아닌 핵심 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만큼, 비은행 계열사에서 검증된 경영진이 은행장 후보군으로 부상하는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지역 밀착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수도권 영업 확대, 기업금융 다변화, 비이자수익 확대를 통해 수익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특히 실적으로 검증된 캐피탈 인사를 수혈해 그간의 영업 감각과 운용 경험을 은행 경영에도 접목시키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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