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편집국장] 영화배우 황정민은 지난 2005년 청룡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60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놓는다. 나는 그냥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데, 스포트라이트는 내가 다 받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발언은 지금까지 '밥상론'으로 회자되며 주연배우 개인의 재능이나 성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혼자만 잘나가는 성공은 있을 수 없고, 다수의 노력 위에서 비로소 빛을 발한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영화에서 돋보이는 주연에 감초 같은 조연 캐릭터가 돋보이며 흥행을 이끈 사례가 있지만 요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은 주연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자산시장에서 부동산은 '똘똘한 한 채', 주식은 '반도체 투톱'만이 고공행진하며 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일부 한강벨트가 집값을 끌어올렸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절반 가까운 지역의 아파트값은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었던 4년 전보다 낮거나 제자리 수준이라는 통계를 보면 '서울 일부 지역 폭등'이라는 분석이 정확하다. 오르는 아파트만 오른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트랜드인 '똘똘한 한채'라는 뒷배가 있다.
정부가 다주택 규제를 강화하자 투자자들은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가장 비싸고 안전한 강남 아파트 한채에 집중했다. 강남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은 급등하고 그 외 지역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과거에는 강남 등 선도지역 아파트값이 오르면 다른 지역으로 순차적으로 확산하면서 수요가 분산됐는데 이제는 똘똘한 한채에만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오르는 곳만 계속 오른다. 더욱이 다주택자 규제, 대출 봉쇄, 실거주 의무 같은 정부의 투기억제책들이 오히려 똘똘한 한채 투자를 부추기면서 지방에서도 원정투자에 나서고, 강남 아파트는 불패 신화가 됐다.
꿈의 '코스피 오천피' 시대를 달성한 국내 증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떠받치고 있다. 역대급 이익으로 호황을 누리는 반도체 주가가 오르면 코스피가 오르고, 조정을 받으면 시장 전체가 휘청이는 모습이다. 반도체 투톱에 이어 최근 현대차가 로봇사업을 앞세워 상승 동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코스피지수 5000 시대의 온기가 다른 업종과 수백개의 종목들까지 전달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를 보유하지 않은 투자수익률은 들러리 수준이다.
똘똘한 한채와 반도체 투톱으로의 쏠림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곳으로만 돈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성이 사라진 시장은 충격에 취약하고 위험하다. 강남 아파트값이 조정받으면 외곽지역은 더 큰 충격을 받고, 증시에서 반도체 업황이 꺾이면 지수 전체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강남 아파트와 반도체로의 쏠림은 선택지가 부족한 결과다. 부동산은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구분하지 않은 규제가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채' 몰빵을 낳았다는 점에서 강남 이외 지역으로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유인책이 절실하다.
국내 증시 역시 차세대 산업에 대한 일관된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코스피 5000이 일시적 고점이 아니라 뉴노멀로 안착하기 위해선 2차전지, 바이오, 방산 등의 분야가 테마주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장산업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아울러 부실기업의 퇴출 시스템을 병행해 시장 전체의 질적 제고에 나서야 한다.
자본이 소수 자산에만 집중되면 가격은 왜곡되고, 나머지 영역은 성장 기회를 잃는다. 주연 못지않은 조연의 열연으로 영화가 흥행하고, 매번 똑같은 얼굴이 아닌 그 조연이 다음번에는 주연급으로 성장해야 관객도 보는 즐거움이 커지고 영화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자산시장도 '강남 아파트·반도체만 안전하다'는 인식을 깨는 대체 투자처가 나와야 자연스럽게 쏠림 리스크가 해소되고 건강해질 수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