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 갈라 행사 참석차 미국을 찾은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회동 가능성에 재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고강도 관세 압박에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항공비즈니스센터(SGBAC)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이번 방미에는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장(사장), 김원경 글로벌대외협력실장(사장), 안중현 사업지원실 M&A팀장(사장) 등이 동행했다.
같은 날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도 개별적으로 미국으로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사장)과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도 잇따라 출국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갈라 행사 초청 명단에 러트닉 장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회장과의 만남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자 하는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부담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 기업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대만이 주요 메모리 반도체 생산국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한국 기업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가 우리의 역사적인 무역 협정을 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 관세 품목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의 관세 부과 압박 속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상한을 15%로 설정하고 대미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그러나 국회 비준 동의 절차가 지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이라는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인 만큼 러트닉 장관의 갈라 행사 참석이 현실화할 경우, 이 회장과의 접촉 여부와 함께 논의 내용에도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한미 비즈니스포럼과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바 있다.
이번 갈라 행사는 이 선대회장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 첫 해외 전시를 기념해 마련됐다. 해당 전시는 지난해 11월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개막해 내달 1일 폐막을 앞두고 있으며, 누적 관람객은 4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의 보물 :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라는 이름으로 연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서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국보 7점, 보물 15점을 비롯해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총 3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생전 문화예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안목을 가지며,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해왔다. 이에 삼성 일가는 2021년 이 선대회장이 평생을 두고 수집해 온 고미술품과 국내외 유명작가 미술품 총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이 회장과 홍 명예관장 등 삼성 총수 일가는 첫 해외 전시를 기념하고자 마련된 갈라 디너 행사에 참석한다. 삼성 사장단 30~40명과 미국 정·재계 인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특히 이 회장은 갈라 행사에서 직접 환영사를 맡아 이 선대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문화보국' 정신을 언급하는 한편, 정·재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킹 강화에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번 갈라 행사가 이 선대회장의 유산 정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삼성 일가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 일가는 2021년부터 활용해 온 연부연납 제도의 마지막 회차 상속세를 오는 4월 중 납부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이건희 회장 별세 당시 부과된 상속세는 주식·부동산·미술품 등을 합쳐 12조원으로, 최고세율 50%와 최대주주 할증 20%가 적용돼 국내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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