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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80%가 투자손익…보험업 본업은 과제
박관훈 기자
2026.01.28 07:00:18
③보험보다 투자에 의존…저축성 보험 후폭풍에 본업 수익성 붕괴
이 기사는 2026년 01월 26일 06시 1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박관훈 기자] ABL생명보험의 수익 구조가 보험사의 기본 원칙에서 크게 이탈하고 있다. 겉으로는 실적이 개선된 듯 보이지만, 영업이익의 약 80%가 보험영업이 아닌 자산운용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보험사의 존재 이유인 보험손익은 20% 수준에 머물러, 실적이 아니라 투자 환경에 의존한 '착시 성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2025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8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13.1%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1053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 늘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무난한 성과지만, 수익의 질은 오히려 악화됐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2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8% 급감했다. 반면 투자손익은 834억원으로 13.5% 증가하며 실적 대부분을 떠받쳤다. 보험을 팔아 돈을 벌지 못하는 구조에서, 시장 상황이 좋았던 덕분에 간신히 실적을 유지한 셈이다.


통상 보험사는 보험영업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보험손익)을 확보하고, 자산운용(투자손익)은 이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 그러나 ABL생명은 이 공식이 완전히 뒤집혔다. 보험이 '본업'이 아니라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수단처럼 작동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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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왜곡의 뿌리는 고금리 저축성보험에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BL생명의 2025년 3분기 누적 보험료 수입(일반계정 기준) 1조8778억원 가운데 저축성보험이 9096억원으로, 비중이 48.4%에 달한다. 사실상 절반이 저축성 상품이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외국계 생보사 AIA생명과의 대비는 극명하다. AIA생명의 저축성보험 보험료 비중은 4.4%에 불과하다. IA생명은 지난해 3분기 누적 1조2632억원의 보험료 수입(일반계정 기준)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저축성보험은 561억원이었다. 보장성 중심 구조를 유지하며 보험손익의 안정성을 우선한 결과다. ABL생명이 어떤 길을 선택해왔는지가 숫자로 드러난다.


IFRS17 체계에서는 이 차이가 더욱 치명적이다. 보장성보험은 미래 이익을 전제로 보험계약마진(CSM)을 쌓을 수 있지만, 저축성보험은 만기 원리금 지급이 확정돼 단순 부채로 인식된다. 저축성 비중이 높을수록 실적은 좋아 보여도 미래 수익의 씨앗은 자라지 않는다.


실제로 ABL생명의 2025년 3분기 말 CSM 잔액은 1조131억원으로, 총 원수보험부채(18조2248억원) 대비 5.6%에 불과하다. 이는 업계 평균은 물론, 보장성 중심 생보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이 내일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문제는 이 취약한 구조 위에서 투자손익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하락, 주식시장 조정 등 외부 환경이 바뀌는 순간 실적 방어 수단이 사실상 사라진다. 보험이익이 받쳐주지 못하는 보험사는 시장 변동성 앞에서 무방비 상태다.


ABL생명은 뒤늦게 체질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 7월 취임한 곽희필 대표는 설계사 출신의 '영업통' 답게 전속 설계사(FC) 채널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곽 대표는 최근 열린 '2026년 FC채널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조직 순증 1000명, 업계 TOP 4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며 건강보험 기반의 CSM 중심 영업을 독려했다. 'Great Growth(위대한 성장)'라는 비전 아래 보장성 보험 판매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달 초 출시한 '(무)우리WON건강환급보험'과 '(무)우리WON전신마취수술보험' 등 신상품 라인업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건강환급보험'은 납입한 특약 보험료를 돌려주는 독창적인 구조로 생명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환급형 구조를 앞세운 신상품 전략이 본질적인 체질 개선이 아니라 지표 방어용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단기적으로는 CSM을 쌓을 수 있지만, 환급금 지급 시점에는 다시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ABL생명은 고금리 상품 비중이 높아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건강보험 등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투자수익이나 환급형 상품에 의존하기보다 보험 본연의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ABL생명 관계자는 "과거 여러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회사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반면 우리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영업조직을 강화하는 등의 체질 개선 움직임으로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성이 우수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영업 효율과 손해율을 개선해 순이익 규모를 늘림으로써 자체 이익 체력을 키워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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