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산업은 엔데믹 이후 불황기에 접어들며 IP 성장 전략 및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흥행 가능성이 엿보이는 프로젝트 투자 비중을 높이고,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는 개발·운영 단계와 상관 없이 과감히 정리했다. 주요 게임사의 2020년대 'IP 흥망성쇠'를 짚어보며 장르·플랫폼 다각화 전략을 중간점검하는 한편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이 어디에서 나올지 조망한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엔씨소프트(엔씨)가 다음 달 '리니지 클래식'을 내놓으며 레거시 IP 수명 연장에 본격 시동을 건다. 자동 사냥을 배제한 '수동 플레이'와 성장 가속형 과금을 덜어낸 월정액 모델이 핵심이다. 사전 캐릭터 생성 서버 25개가 이틀 만에 조기 마감되는 등 초기 흥행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리니지 의존도를 낮추고 '넥스트 히트작' 발굴로 이어지는 게 중장기 성장 관건으로 꼽힌다.
◆ 엔씨, 리니지 IP 잇기 시동…초기 흥행 가능성 입증
엔씨소프트는 다음 달 7일 '리니지 클래식'을 출시할 예정이다. '리니지'의 전성기인 2000년대 초기 버전을 그대로 재현했으며, 원작의 세계관을 살리되 핵심 콘텐츠를 보완하고,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다음달 7일부터 사전 무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11일에는 월 2만9700원 월정액 서비스로 전환한다.
순수한 성장 재미를 살리는 데 집중해 이용자의 플레이 경험을 향한다는 방침이다. 자동 사냥 및 자동 전투를 제공하지 않는 '수동 플레이' 중심 환경을 원칙으로 전투의 긴장감과 전략 요소를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수익모델(BM) 또한 과금 요인으로 지목되던 '아인하사드의 축복' 등 성장 가속 시스템을 배제한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지만, 흥행 가능성은 입증됐다는 평가다. 지난 14~15일 이틀 동안 사전 캐릭터 생성 기간 동안 오픈한 25개 서버가 조기 마감됐다. 이에 엔씨는 27일부터 서버 수용 인원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 '좁고 깊은' 클래식 전략 구사…2023~2024년 신작 흥행 실패 여파
넥슨이 장수 IP의 활용 영역을 점진적으로 넓히는 방식을 구사한다면, 엔씨는 핵심 IP를 '깊게 파고드는' 방식을 택했다. 사업 방향 변화 과정에서 노후화된 IP를 '리마스터'하는 대신 핵심 IP인 '리니지'의 재미 요소를 '복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
이는 '아이온'과 '리니지'가 수익의 대부분을 견인하는 엔씨의 매출 구조로부터 비롯된다. 2022~2025년 3분기 기준 엔씨의 전체 매출에서 리니지 IP가 차지한 비중은 ▲2022년 74% ▲2023년 76% ▲2024년 61% ▲2025년 56% 등으로 집계됐다. 4년 동안 의존도를 약 20%가량 줄였지만, 여전히 매출의 절반은 리니지 IP에서 오는 구조다.
더욱이 엔씨는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류 수익모델(BM)을 고수하면서 이용자 신뢰 기반을 잃은 상황이었다. 이에 지난 2024년 김택진·박병무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후 '탈(脫) 리니지'에 초점을 맞췄다.
이 기간 신작을 대거 선보여 반등을 꾀했지만 흥행작 배출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에 엔씨는 '배틀크러쉬', '호연', '퍼즈업 아마토이' 등을 출시 1~2년 내에 과감히 정리했다. 엔씨에 대한 브랜드 인식을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던 '트릭스터M'을 2024년 정리하면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도 폐업 수순을 밟았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 '아이온2'로 신뢰·매출 회복…'넥스트 히트작' 발굴이 핵심
엔씨로썬 이용자 신뢰와 실적을 동반회복하는 게 최대 미션으로 떠올랐다. 절치부심하던 엔씨는 지난해 승부수였던 '아이온2'에서 힌트를 얻었다.
해당 게임은 원작 '아이온'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도 기술적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요소를 언리얼엔진 5.3 기반으로 재구성했다. 서비스 46일째인 지난 3일 기준 누적 매출 1000억원, 유료 멤버십 상품을 구매한 누적 캐릭터 1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흥행을 거뒀다. 이용자 연령대가 젊어지고, 결제 전환율이 80%대를 기록하는 등 상승효과로 이어졌다.
레거시 IP의 저력을 확인한 엔씨는 이 같은 공식을 '리니지'에 대입하기 시작했다. 수익 기반을 유지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리니지 클래식'의 월정액 가격을 20년 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엔씨 입장에선 월정액을 통해 수익성을 기대하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리니지'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와 수익성은 여전히 탄탄하다. 이 같은 수익 기반을 '리니지 클래식'으로 옮긴다면, 이용자 저변을 확대하면서 IP 잠재력도 높일 수 있다.
엔씨에게 남은 건 '넥스트 히트작' 발굴이다. 메가 IP의 막강한 수익 모델을 토대로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경쟁사인 넥슨이나 넷마블 대비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IP 확장 측면에서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엔씨가 지난해부터 공격적 투자 기조를 보이는 이유다. 1조원이 넘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슈팅, 서브컬처, 캐주얼 등 장르별 개발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전략적 투자를 통해 퍼블리싱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8월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한 후, 베트남 소재 개발사 '리후후'와 국내 모바일 캐주얼 스튜디오 '스프링컴즈'를 인수했다. 최근엔 서브컬처 전문 개발사 '디나미스 원'과 MMORPG 전문 개발사 '덱사스튜디오'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신규 IP를 확보했다.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신더시티', '타임 테이커즈', '호라이즌' 등 신작 개발 속도도 올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씨의 장기 성장 관건은 '리니지'나 '아이온'에 이은 새로운 주력 IP 자산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엔트리브소프트 폐업 이후 인수합병이나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오다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데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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