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지주)가 MG손해보험의 가교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 참전한 데 이어 KDB생명 원매자로도 거론되며 보험업계 인수합병(M&A) 지형을 흔들고 있다. 다만 한투지주가 이미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롯데손해보험 등 여러 보험사 매물에 대해 실사와 검토에 나섰지만최종 인수까지 이어진 사례는 없다는 점에서 '딜 완주' 가능성을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시장에서는 한투지주의 동시다발적 M&A 행보에 대해 당장의 인수 성사보다는 보험사 매물의 기업가치와 가격 수준, 인수 후 재무 부담을 가늠하려는 탐색적 성격이 짙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여기에 한투지주가 예별손보, KDB생명처럼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가 걸린 이른바 '정책적 성격'이 강한 매물 인수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금융당국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예금보험공사는 30일 예별손보 공개매각 예비입찰 참여 기업 중 하나금융지주, 한투지주, 미국계 사모펀드(PEF)JC플라워를 예비인수자로 선정했다. 앞서 한투지주 등 3개사는 예보가 진행한 예별손보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바 있다.
예별손보는 지난해 9월 예보가 지분 100%를 출자해 설립한 가교 보험사로,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자산과 부채를 이전받아 보험 계약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투지주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에서 보험사 매물을 꾸준히 들여다봐왔다. 한투지주는 한국투자증권·저축은행·캐피탈·부동산신탁 등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보험 계열사가 유일하게 부재한 상태다. 이에 지난해 5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보험사 인수를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중장기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한투지주가 인수 후보군에 올랐던 보험사들도 적지 않다. 2023년에는 ABL생명 인수 후보로 거론됐고, 지난해에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과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실사에 나섰다. 다만 이들 딜은 가격 부담이나 인수 이후 수익성·자본 확충 부담 등을 이유로 최종 단계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는 예별손보와 KDB생명이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투지주가 예별손보 예비입찰에 참여하며 다시금 M&A 불씨를 지폈지만, 실제 인수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 예별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대규모 자본 수혈이 불가피해 인수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예보가 일정 수준의 인수 지원에 나선다 하더라도, 한투지주가 부담해야 할 자금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예별손보 출범 전 MG손보의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기본·보완자본)은 마이너스(-) 1972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8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바탕으로 예별손보가 금융당국의 킥스(K-ICS) 기준선인 130%를 맞추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 시 1조2000억~1조3000억원 수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에서는 예보의 지원 규모를 7000억~8000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투지주가 감당해야 할 자금 부담은 50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킥스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지표다.
KDB생명의 경우도 열악한 재무 구조가 인수의 걸림돌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DB생명의 자본총계는 -1017억원을 기록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51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다만 이 같은 자본 확충은 매각을 위한 단기적 재무 보강 성격이 강해 구조적 수익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KDB생명 매각은 2014년 이후 여섯 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실사까지 진행했으나, 인수 이후 재무 부담을 이유로 최종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한투지주가 당장의 인수 성사보다는 복수의 고위험·고부담 매물을 동시에 검토하며 적정 가격과 리스크 수준을 가늠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 딜 테이블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기업가치 산정, 인수 후 자본 소요, 정책적 지원 가능성 등을 입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전형 사전 검증'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한투지주의 예별손보·KDB생명 인수 행보가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공적자금 회수가 걸린 보험사 매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향후 대형 인수합병이나 사업 인허가 국면에서 정책적 판단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투지주 입장에서는 예행연습 삼아 다양한 매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며 "롯데손보만 해도 현재 시점에서 2조원대 매각가가 거론되는 등 가격 매력도가 떨어지다 보니 관망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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