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윤기쁨 기자] 2025년 벤처캐피탈(VC) 시장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 등 악조건 속에서 대형사 중심의 독주 체제가 공고해진 한 해로 평가된다. 계엄 여파로 상반기는 엄혹한 시절을 거쳤고 새 정부가 6월에 들어서면서 벤처 출자 확대 기조가 나타나며 중대형 하우스들이 잇따라 펀드 결성에 성공해 운용자산(AUM) 규모를 대폭 키웠다.
9일 올해 최초로 딜사이트가 집계한 VC 리그테이블(PE 부문 제외)에 따르면 순자산 기준으로 1위에서 5위까지 상위권 하우스들은 2조원 이상의 커트라인을 넘어섰다는 공통점을 내보여 이른바 1부 리그로 평가됐다.
1부 리그 5개사는 한국투자파트너스(3조8017억원)와 KB인베스트먼트(2조5124억원), SBVA(2조2916억원),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2조630억원), IMM인베스트먼트(2조52억원)가 차지했다. 지난해 VC 시장은 대형사 위주의 펀드레이징이 활발했고 IPO(기업공개)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딥테크와 바이오 등 과거 유망 섹터에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하우스들이 활발한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한투파 유일한 3조 클럽 1위…투자-회수도 2위
한투파는 운용자산이 국내 VC 중 유일하게 3조원대를 돌파하면서 AUM 부문 최정상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신규 투자 집행 부문에서는 나우IB캐피탈이 공격적인 기조로 지난해에만 4379억원의 투자를 집행해 1위에 올랐다. 회수 부문에서는 침체된 바이오 시장에서 성공적인 엑시트로 성과를 낸 에이티넘이 1위(3113억원)를 차지했다. 펀드레이징과 드라이파우더 부문에서는 대형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주도해 실탄을 장전한 IMM이 1위(각각 5880억원, 5863억원)를 차지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투자활동을 예고했다.
하우스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운용자산 부문에서 한투파는 차순위 KB(2조5124억원)와 격차를 1조3000억원 이상으로 벌리며 독보적인 수준을 자랑했다. 지난해 한투파는 '한국투자컨티뉴에이션I펀드', '한국투자US시그니처투자조합'을 통해 글로벌 우주 기업 스페이스X에 약 140억원을 투자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현재 약 8000억 달러(약 1174조원)로 평가되지만 최근 xAI와 합병하기로 하면서 그 규모가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여겨지고 올해 내에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투파는 올해 막대한 회수 수익을 거둘 것으로도 기대된다.
2위를 기록한 KB는 2조5124억원을 기록하며 예년에 비해서는 주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을 하는 가운데서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스타트업코리아케이비세컨더리펀드', '케이비a2z2025펀드' 등 신규 펀딩 규모는 200억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모태펀드 넥스트유니콘프로젝트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면서 사내 분위기를 다시 활발하게 만들고 있다.
3위에 오른 SBVA는 2조2916억원으로 KB를 2208억원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SBVA는 '알파코리아소버린AI펀드(1566억원)'와 차이나벤처펀드 시리즈를 잇따라 결성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외에 에이티넘(2조630억원), IMM(2조52억원)으로 상위 5위권 하우스들은 모두 2조원 이상을 기록했다.
◆ 나우IB 썬프로로시스템 바이아웃…깜짝 1위
투자 부문에서는 나우IB가 우월한 성적으로 1위를 기록했다. 나우IB는 지난해 총 4379억원을 투자해 2위인 한투파(3070억원)를 1000억원 이상 격차로 따돌렸다. 단순히 펀드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적기를 포착해 대규모 자금집행까지 원스톱으로 이어가는 하우스 특유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나우IB는 지난 한해 국내 기업 22곳에 2079억원을, 해외 기업 1곳에 2300억원을 투자했다. 특히 지난해 4월 일본 반도체 장비 기업인 썬프로로시스템 바이아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3개의 프로젝트 펀드를 활용한 이 대형 거래는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호조세와 맞물려 우수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확보한 대규모 투자 재원을 바탕으로 올해도 대형 딜을 이어갈 방침이다.
3위와 4위는 각각 아주IB투자(2944억원)와 KB(2890억원)가 차지했다. 아주IB는 전통적인 강점을 가진 바이오 섹터를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KB 역시 견조한 투자 활동을 이어가며 대형사로 존재감을 증명했다는 평가다.
◆ 에이티넘 풍성한 바이오 수확
회수 부문에서는 지난해 에이티넘이 총 3113억원을 기록해 업계에서 유일하게 연간 3000억원을 돌파했다. 2위인 한투파(2560억원)와 약 550억원 이상 격차를 벌렸다. 성과는 2023년 결성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이 2년 만에 조기 회수에 나서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한 결과다. 통상 VC들은 펀드 결성 5년 차 이후부터 본격적인 회수를 벌인다. 그러나 관행과 달리 에이티넘은 2년이 지나자 곧바로 엑시트에 나서는 조기 회수 전략을 썼다.
실적은 바이오 포트폴리오가 주도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지투지바이오 등 주요 투자사들을 비롯해 이중항체 플랫폼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2024년 7월 전환우선주(CPS)로 투자했던 에이비엘바이오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3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에이티넘은 이중 일부를 회수해 6배에 육박하는 수익을 냈다.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지투지바이오를 통해서도 7배 이상을 거뒀다.
회수 2위 한투파는 글로벌 딥테크 포트폴리오 기업들 가치 상승으로 2560억원을 거둬들였다. 스페이스X 등 글로벌 메가 딜의 구주 거래와 리벨리온, 퓨리오사에이아이 등 국내 AI 반도체 유니콘들의 몸값이 치솟았다. 3위인 KB(2553억원)는 바이오 벤처인 알지노믹스로 탠베거(10배) 수익을 거뒀다. 오토크립트 등 테크 기반 포트폴리오들의 IPO도 회수 성과를 지지했다. 우리벤처파트너스(2430억원)와 인터베스트(2418억원)는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 IMM 대형 블라인드로 시중자금 흡수
펀드레이징 부문에서는 IMM이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잇따라 결성해 1위에 올랐다. IMM이 지난해 모집한 총 펀드 규모는 5880억원으로, 2위 나우IB(4276억원)를 1500억원 이상 넘어섰다. 이어 DSC인베스트먼트(3470억원)가 3위를 기록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IMM의 성과는 대형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이끌었다. 지난해 1월 'IMM 그로스(Growth) 벤처펀드 제2호(3815억원)'를 시작으로 연말인 12월 30일 'IMM 스타트업 벤처펀드 제2호(1750억원)'를 연달아 결성했다. 여기에 특정 섹터를 겨냥한 테마·전략형 펀드인 '그로스 벤처펀드 제2의 1호(165억원)'와 '에그테크 벤처투자조합 제1호(150억원)'를 결성해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나우IB는 같은 기간 4276억원을 모집해 2위에 올랐다. 나우IB는 '나우아이비16호펀드(약 1430억원)'를 필두로 '나우아이비20호펀드(950억원)', '나우M&A투자펀드2호(610억원)' 등 총 7개 신규 펀드를 만들었다. 이어 인터베스트(3090억원)와 LB인베스트먼트(3030억원)가 각각 4위, 5위를 차지했다.
◆ 상위 5개사 실탄 2.2조…올해 메가 딜 격전
VC 시장의 투자 여력을 나타내는 드라이파우더 부문에서는 IMM이 5863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주요 VC 중 유일하게 5000억원대를 기록했다. IMM은 펀드레이징 부문에서도 1위를 달성해 지난해 충전한 막대한 여력으로 향후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드라이파우더 2위는 신한벤처투자로 4307억원의 여력을 보유했다. 이어 한투파(4127억원)와 DSC(4100억원), 에이티넘(4031억원) 등이 모두 4000억원 이상으로 상위권 내 접전을 벌였다. 5개 하우스가 보유한 실탄만 총 2조2400억원을 상회해 자본력을 갖춘 대형사 중심의 시장 주도권 경쟁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유동성을 확보한 대형사들은 올해로 예정된 정부의 벤처 출자를 비롯해 다양한 메가딜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드라이파우더 상위사들은 GP가 다양한 전략으로 포진해 있어 고성장이 기대되는 섹터를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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