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2025년 자본시장에선 결국 랜드마크 딜의 수임 여부에 따라 하우스들의 실적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2025년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KB증권은 기업공개(IPO)와 부채자본시장(DCM)에서 나란히 정상을 차지하며 2관왕에 올랐다. 삼일PwC는 SK그룹의 사업 재편(리밸런싱) 물량을 싹쓸이하며 M&A 재무자문 및 회계자문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수성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지난해 초 최대어였던 LG CNS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IPO 왕좌를 탈환한 데 이어 DCM에서도 NH투자증권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단독 주관 역량을 앞세워 정상을 지켜냈다. M&A법률자문 부문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2위 법무법인 광장과 '더블 스코어'의 격차를 벌리며 초격차 지위를 증명했다.
◆ IPO LG CNS 단독 주관한 KB증권 1위…한투증권 9위로 추락
KB증권이 2025년 IPO 시장 왕좌에 올랐다. 대표주관 실적 8454억원을 기록하며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연초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략이 주효했다. 중복 상장 논란이 수면에 떠오르기 전인 2월에 상장을 마무리하며 빅딜 가뭄 속에서 실적을 선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6512억원의 실적으로 2위에 안착했다. 주관 건수는 16건으로 전 하우스 중 가장 많았다. 하반기에 에임드바이오 등 유망 기업들을 잇따라 상장시키며 뒷심을 발휘했다. 에임드바이오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약 6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뒤 최종적으로 청약 증거금 약 15조원을 모으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3위 NH투자증권은 620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대형주 상장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이지만 지난해엔 대한조선 상장 1건 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3989억원의 실적을 쌓으며 4위를 기록했다. 지씨지놈과 알지노믹스 등 바이오 섹터에서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증명했다. 알지노믹스는 수요예측에서 신규 IPO 사상 최고치인 74.3%의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반면 전통의 강자 한국투자증권은 9위로 추락했다. 주관 실적은 1976억원에 그쳤다. 중복 상장 비판 여론 속에 SK엔무브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상장을 철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하반기에는 5개월간 실적이 전무한 사실상의 개점휴업 상태를 겪었다.
◆금감원 변수로 엇갈린 성적표…유상증자 왕좌는 NH증권
유상증자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NH투자증권은 삼성SDI 1조6549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조9187억원, 포스코퓨처엠 1조1069억원 등 1조원 이상 대형 유상증자를 모두 대표주관했다. 여기에 한온시스템 9834억원 증자까지 확보하며 2위인 한국투자증권을 따돌리고 연간 실적 1위를 굳혔다. 3위인 KB증권은 삼성SDI 딜 공동 참여와 함께 LS마린솔루션 등 중소형 유상증자를 다수 주관하며 실적을 쌓았다.
유상증자 시장의 꽃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딜이다. 당초 자본시장 역대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 규모로 추진됐으나 주가 급락과 주주 반발이 이어지며 2조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금융감독원의 중점심사 과정에서 정정요구가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발행가 산정 전 주가 상승으로 일반공모는 결과적으로 3조원에 가까운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금융당국의 유상증자 중점심사 강화로 구조 설계와 규제 대응 역량이 중요해진 가운데, 2025년 리그테이블은 주관사별 실무 경쟁력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 DCM KB증권 단독 주관으로 NH 따돌려…12조 돌파
DCM 부문에서는 KB증권이 12조8474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정상을 지켰다. NH투자증권과 매 분기 선두를 주고받는 접전을 벌였으나 연말 최종 승기를 거머쥐었다. 결정적 승부처는 단독주관 실적이었다. 대상과 유안타증권 등 총 8130억원 규모의 딜을 홀로 수임하며 격차를 벌렸다.
NH투자증권은 11조8891억원의 실적으로 2위에 머물렀다. 다만 SK그룹과의 견고한 관계는 입증했다. SK그룹 딜에서만 1조9074억원을 수임하며 KB증권을 앞섰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의 핵심 조달 파트너 역할을 수행하며 9조4709억원의 실적으로 3위에 올랐다.
키움증권은 한화그룹과의 레코드를 바탕으로 전년 대비 두 계단 상승한 6위에 안착했다. 한화시스템 등 8개 계열사 딜을 낚아채며 주관 규모를 전년 대비 7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저마진 사업 기피 기조 속에 8위로 밀려나며 고전했다.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채권 수요가 살아나자 2025년 일반 회사채 발행 규모는 65조2290억원으로 전년(60조9360억원) 대비 7.05% 증가했다. 10위권 내 증권사들이 모두 실적 1조원을 넘기며 시장의 외연이 확대됐다. 선제적 자금 조달에 나선 기업들의 수요를 상위권 하우스들이 효과적으로 흡수했다.
◆ M&A재무자문 SK 딜 싹쓸이 삼일PwC 1위…BoA메릴린치 2위
삼일PwC가 2025년 M&A 재무자문 부문에서 24조788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정상을 차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이다. SK스페셜티 매각과 여주·나래에너지서비스 인수 등 SK그룹 리밸런싱 거래를 사실상 독차지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국내 자문사 선호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BoA메릴린치는 16조511억원의 실적으로 2위에 오르며 글로벌 IB의 저력을 보였다. 2024년 16위에서 1년 만에 2위로 수직 상승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거래가 5년 만에 최종 마무리된 영향이 컸다. BoA메릴린치는 인텔 측 재무자문을 단독으로 맡아 11조1205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삼정KPMG는 13조8585억원의 실적으로 3위에 안착했다. 삼성SDI 편광필름 사업부 인수와 한화퓨처프루프 지분 인수 등 70건의 거래에 참여했다. 4위 UBS와 5위 씨티증권은 삼성전자의 플렉트그룹 인수 거래에서 각각 매도자와 인수자 측 자문을 맡으며 실적을 올렸다.
국내 M&A 시장에서 회계법인의 재무자문 영역 장악력은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삼일PwC는 민준선 대표를 필두로 딜 역량을 강화하며 대기업 클라이언트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외국계 IB들이 주도하던 메가딜 영역까지 침투하며 자문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M&A법률자문 김앤장 '더블스코어' 초격차…SK 딜 앞세운 광장 2위
M&A법률자문 시장은 김앤장이 64조7938억원의 실적으로 1위를 수성했다. 2위 광장과의 격차를 두 배 가까이 벌렸다. 상반기에는 잠시 2위로 밀려나기도 했으나 하반기에만 약 40조원의 자문을 기록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삼성과 SK 그리고 한화 등 대기업들의 메가딜을 대거 수임한 결과다.
광장은 37조9871억원의 실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SK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실적을 쌓았다. SK이노베이션 지분 인수와 SK온-SK엔무브 합병 자문 등을 맡으며 세종을 따돌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얼티엄셀즈 제3공장 인수 자문 등 조 단위 거래에서도 존재감을 보였다.
세종은 25조3415억원의 실적으로 3위에 올랐다. 마곡CP4 복합시설 매각과 시그니쳐타워 매각 등 대형 부동산 딜이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태평양은 막판에 세종에게 밀려 4위로 내려앉았다. 율촌은 14조7740억원의 실적으로 5위에 머물며 20조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외국계 로펌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멍거톨스앤올슨과 스케이든앱스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딜에서 각각 인수자와 매도자 측 자문을 맡아 공동 8위에 올랐다. 시장이 성숙해지며 해외 자산이 포함된 크로스보더 딜의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M&A회계자문에서도 삼일PwC 1위…로컬 회계법인 숲 1조 돌파하며 5위
회계자문 분야에서도 삼일PwC는 37조8716억원의 실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삼정KPMG와의 격차를 14조원 이상 벌리며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SK그룹의 리밸런싱 거래를 도맡은 데 이어 삼성전자의 플렉트그룹 인수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삼푸르나 아그로 인수 등 주요 대기업 딜을 싹쓸이했다.
삼정KPMG는 23조6497억원의 실적으로 2위 자리를 지켰다. LG화학 편광판 소재 사업부 매각 등 카브아웃 거래에 참여해 조 단위 실적을 거뒀다. 3위 딜로이트안진은 23조331억원의 실적으로 삼정KPMG를 6000억원 차이로 바짝 추격했다.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딜 종결이 결정적이었다.
회계법인 숲은 사상 처음으로 자문 실적 1조원을 돌파하며 5위에 올랐다. 4분기 한국투자증권의 롯데케미칼 PRS 인수 거래에서 단독 회계자문을 맡으며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EY한영은 삼성SDI 편광필름 사업부 매각 등 33건의 거래를 자문하며 8조원대의 실적으로 4위를 기록했다.
민준선 대표의 리더십이 이번 삼일PwC 실적의 핵심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소·중견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유연한 네트워크가 삼일PwC의 원동력이 됐다. 박리다매형 중소형 거래와 대규모 조 단위 딜을 동시에 장악하며 시장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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