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올해 한국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3쿼터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상반기 KB증권이 독주 체제를 굳히는 듯 했지만 다시 절치부심한 전통의 강호들이 곳곳에서 순위를 뒤집어 연말까지 이어질 치열한 왕좌의 게임을 예고했다. 특히 부채자본시장(DCM)과 유상증자 부문에서 NH투자증권이 두각을 나타내며 정상 탈환의 주역으로 떠올랐다는 평이다.
상반기 KB증권은 DCM과 유상증자, IPO(기업공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3분기엔 NH투자증권이 DCM과 유상증자 부문 1위에 복귀했다. KB증권은 IPO 부문 선두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법률자문 부문에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상반기 1위에 올랐던 법무법인 광장을 두 배 차이 실적으로 압도하며 정상을 탈환했다. 재무자문 부문은 삼일PwC가 국내외 투자은행(IB)들을 누르고 선두에 올랐다. 다만 줄곧 1위를 수성하던 회계자문 부문에서는 라이벌 삼정KPMG에 1위를 내줬다.
올해 자본시장의 최종 승자는 연말까지 경쟁을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4분기 예정된 빅딜의 성사 여부와 각 하우스의 영업력에 따라 순위가 또 한 번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KB증권 IPO 왕좌 굳히기…주춤한 미래·한투
IPO 시장에서는 KB증권이 1위 굳히기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KB증권은 3분기 대한조선(2250억원), 명인제약(1972억원) 등 굵직한 딜을 연이어 주관하며 총 4건, 5013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2위 NH투자증권(3499억원)과의 격차를 1500억원 이상 벌리며 연간 IPO 주관 1위 자리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반면 전통의 IPO 강자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1위였던 한국투자증권은 3분기 프로티나(210억원) 단 한 건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특히 IPO 부서가 벤처기업 센시에 자기자본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처리하면서 흠집이 났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이 기간 802억원의 실적을 추가하는 데 머물렀다. 상반기 대형 딜을 포함해 8건의 IPO를 소화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신한투자증권이 1128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상반기 10위에서 3위로 뛰어오른 점이 눈에 띈다.
3분기 IPO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데에는 지난 7월 시행된 IPO 제도 개선 방안도 영향을 미쳤다.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 비중을 2배 이상 늘리고, 미달 시 주관사가 미매각 물량을 떠안도록 하는 등 규제가 강화되자 IPO 추진에 나서는 기업과 주관사 모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 제도 시행 이후 7월 한 달 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이 전무했다.
4분기 IPO 시장 역시 대어급 부재로 다소 잠잠할 전망이다. 더핑크퐁컴퍼니와 노타 등이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케이뱅크와 소노인터내셔널이 상장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시장의 열기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 NH·한투 유상증자 주관 전쟁…472억원 차이 초접전
유상증자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빅딜을 나눠가지며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3분기 시장을 견인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약 2조9000억원)와 포스코퓨처엠(약 1조1000억원) 유상증자 주관 경쟁의 최종 승자는 NH투자증권이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불과 472억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하며 연말까지 이어질 매치업을 예고했다.
NH투자증권은 두 대형 딜을 포함해 3분기에만 총 7건, 1조9129억원의 대표주관 실적을 쌓으며 1위에 올랐다. ESR켄달스퀘어리츠, 부광약품 등 다양한 규모의 딜을 수행하며 시장 지배력을 입증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포스코퓨처엠 유상증자는 금융감독원의 수차례 정정 요구 등 난항을 겪었지만 성공적으로 딜을 마무리하며 주관사로 역량을 보였다.
2위 한국투자증권은 7건, 1조8657억원의 실적으로 NH투자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두 건의 빅딜에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는 동시에 네오이뮨텍, 크라우드웍스 등은 단독으로 주관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NH투자증권과 주관 건수는 같았지만 아쉽게 근소한 금액 차이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두 증권사가 시장을 양분한 가운데 KB증권(5694억원)과 키움증권(4857억원)이 포스코퓨처엠, LS마린솔루션 등의 주관을 맡으며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반면 상반기 4위였던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주관 실적이 전무해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하우스별 희비가 엇갈렸다.
◆ NH증권 DCM 왕좌 탈환…KB와 연말 혈투
DCM 부문에서는 NH투자증권이 2분기 4위의 부진을 딛고 3분기 1위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3분기에만 2조39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대표주관 실적을 쌓으며 상반기 1위였던 KB증권을 2위로 밀어냈다. SK㈜(2150억원), SK이노베이션(2000억원) 등 SK그룹 딜을 석권하고, 부실채권(NPL) 투자 전문회사 채권 발행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KB증권이 줄곧 단독으로 맡아오던 이랜드월드(300억원)의 주관사 자리를 꿰찬 것은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경쟁사의 텃밭을 뺏어올 만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메리츠금융지주(3100억원) 등에서 단독 주관을 맡으며 실적을 불렸다.
KB증권은 3분기 2조1874억원의 실적으로 2위에 머물렀지만, 연간 누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실적 11조3805억원을 기록하며 2위 NH투자증권(10조5663억원)에 약 8142억원 앞서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 딜을 싹쓸이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한 덕분이다.
양사의 격차가 크지 않은 만큼, DCM 부문 연간 왕좌의 주인은 4분기 실적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두 회사 모두 DCM 부문 1위를 핵심 성과 지표로 삼고 있어 연말까지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1조7646억원), 신한투자증권(1조2359억원), SK증권(1조128억원)이 3~5위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 토종의 반란…삼일PwC, M&A 재무자문 1위 등극
M&A 재무자문 시장에서는 토종 회계법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삼일PwC는 3분기 누적 2조7338억원의 자문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IB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조 단위 빅딜은 없었지만 중소형 거래를 촘촘히 챙기는 시장밀착 전략으로 왕좌를 차지했다.
삼일PwC의 실적은 K-뷰티 업계의 큰손 구다이글로벌 관련 딜이 견인했다. 서린컴퍼니 경영권 인수(6230억원)와 구다이글로벌 전환사채(CB) 매각(8000억원) 자문을 연이어 맡았고, 이외에도 총 34건의 거래에 이름을 올리며 실적을 쌓았다.
2위 역시 국내 회계법인인 삼정KPMG(2조1532억원)가 차지하며 토종 파워를 입증했다. 삼정KPMG는 8000억원 규모의 구다이글로벌 CB 인수자 측 자문, 에퀴스디벨롭먼트의 CEK 매각(4000억원), 현대위아의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3400억원)을 맡는 등 굵직한 딜을 수행하며 삼일PwC와 함께 2조원대 실적을 기록했다. 4위 또한 딜로이트안진(9991억원)이 차지하면서 상위 5위권 내에 국내 회계법인 세 곳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상반기 1위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분기 단 1건의 자문 실적을 추가하는 데 그치며 5위로 밀려났다. 글로벌 IB 중에서는 UBS가 동양생명 매각 등 2건의 조 단위 딜을 통해 1조5493억원의 실적을 올리며 3위에 오른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 다만 올 3분기까지 누적 자문실적은 여전히 BoA(13조8420억원)가 1위를 기록 중이다. 삼일PwC가 11조9411억원으로 바짝 추격 중이다.
◆ 절치부심한 김앤장, 3분기 10조 실적 쌓으며 탈환
M&A 법률자문 시장에서는 전통의 강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압도적인 실적으로 왕좌를 되찾았다. 상반기 법무법인 광장에 일격을 당하며 1위 자리를 내줬지만 3분기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자문 실적을 쌓으며 단숨에 순위를 뒤집었다. SK이노베이션 리밸런싱(2조원), 동일알루미늄 매각(2조5000억원) 등 조 단위 빅딜을 싹쓸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상반기 1위에 올랐던 광장은 3분기 4조8573억원의 실적을 기록하며 2위로 내려왔다.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하며 달라진 위상을 과시했지만 김앤장이 독식한 초대형 딜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3위는 법무법인 태평양(4조6350억원)으로 광장의 뒤를 추격하고 있다.
4위는 법무법인 세종(3조7427억원)이 차지했다. 상반기 5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지만,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자문액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 아쉬움을 남겼다. 세종은 퍼시픽타워(5740억원) 등 부동산 딜에서 강점을 보이며 실적을 방어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5위에 이름을 올린 법무법인 율촌이다. M&A 전문가인 박재현 변호사가 새롭게 대표를 맡은 이후, 공격적인 영업으로 동양생명·ABL생명 매각(1조5500억원) 등 굵직한 딜을 따내며 M&A 시장에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 동양생명이 가른 희비…삼정KPMG, 삼일PwC 제치고 1위
M&A 회계자문 부문에서는 삼정KPMG가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최대 빅딜이었던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거래에서 매도자 측 자문을 단독으로 맡은 것이 순위를 갈랐다. 이로써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삼일PwC는 올해 3분기 왕좌에 오르지 못했다.
삼정KPMG는 올 3분기 4조1116억원의 회계자문 실적을 기록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동양·ABL생명 매각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이 실적을 견인했다. 이 밖에도 IMM컨소시엄의 구다이글로벌 전환사채(CB) 인수(8000억원), 현대위아 공작기계 사업부 매각(3400억원) 등 굵직한 거래에 이름을 올리며 1위 자리를 굳혔다.
2위 삼일PwC는 3조7750억원의 실적을 쌓아 차순위를 기록했다. 구다이글로벌의 서린컴퍼니 인수(6230억원) 및 CB 매각(8000억원) 등 K-뷰티 관련 딜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조 단위 빅딜 부재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 매 분기 1위를 독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힘이 빠진 모습이다.
3위는 2조583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딜로이트안진이 차지했다. KKR의 삼화 인수(7330억원) 거래에서 매도자와 인수자 측 자문을 모두 맡고, 우리금융의 동양생명 인수(1조2840억원) 거래에도 참여하는 등 알짜 딜을 챙겼다. 4위는 EY한영(1조6395억원)에게 돌아갔으며, 로컬 회계법인 중에서는 현대회계법인이 2000억원의 실적으로 선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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