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를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가칭, 2단계 입법)'의 윤곽이 드러났다. 가상자산 명칭 변경, 국내 ICO(가상자산 발행) 허용, 거래소 책임 강화, 해외 스테이블코인 규율 신설 등이 핵심 골자다.
다만 은행 지분 51% 룰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 관련 쟁점에서는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이견이 여전해 연내 정부안 확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모든 쟁점을 법률에 담기보다 시행령·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속도감 있게 제도화 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TF, 금융위원회, 자문위원단 등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확정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내년 1월 의원 발의안과 정부안을 함께 심사한 뒤, 상반기 중 본회의 처리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안 초안에 따르면 현행 '가상자산'이라는 표현은 '디지털자산'으로 바뀐다. 그동안 금지돼 왔던 국내 ICO도 제도권 안에서 허용된다. 다만 백서 허위 기재, 중요 사항 누락 시 발행인·위탁 운영자·마켓메이커 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등 책임 규율은 강화됐다.
이용자 보호 장치도 확대된다. 해킹이나 전산 장애 등 사고 발생 시 거래소 등 디지털자산사업자에게 전자금융거래법 수준의 무과실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 이용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해킹 피해를 전액 배상하도록 했다.
해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율도 강화된다. 테더(USDT), 서클(USDC) 등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은 국내 유통을 위해 한국 지점 설치가 필수로 요구된다. 현재 주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한국에 지점을 두고 있지 않다. 또 발행 잔액의 100% 이상을 은행 등 관리기관에 예치·신탁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는 금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은행권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과도한 우려라고 평가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준비자산을 은행에 예치한다고 해서 은행이 곧바로 주도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은 준비자산을 보관만 하는 것이지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주도권 확보 측면에서 '은행 지분 51%룰'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인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과 은행 지분 51% 룰, 만장일치 정책협의체 구성 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 이견으로 최종 정부안 확정까지 추가 협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모든 쟁점을 법안에 담기보다 향후 시행령이나 행정지도로 유연하게 풀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등을 적극 검토해 속도전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주도한 경우는 많지 않고, 혁신은 민간 영역에서 발생해 은행과 협업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며 "중요한 것은 누가 하느냐보다 이용자 편익과 시장 효율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국채, 펀드, 부동산 대출 등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부터 글로벌 지급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준비자산을 안전자산으로 예치하는 구조라면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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