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과 PC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가 늘며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어든 결과다. 국내 대표 전자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커진 원가 부담을 놓고 가격 정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과 PC용 범용 메모리 공급이 줄며 가격이 오르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트업체들의 원가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주요 시장조사업체들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옴디아는 모바일 D램(LPDDR) 가격이 지난해 초와 비교해 70% 이상 올랐고, 스마트폰용 낸드플래시 가격도 100% 급등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10~15%에서 최근 20%를 넘어섰다고 짚으며, AI 기능 확대로 메모리 용량을 줄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설명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올해 2분기까지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이 40% 추가 상승해 완제품 제조 원가가 8~10%가량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CES 2026'에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엿보였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DX부문장(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여러 경영 환경 가운데 주요 부품의 재료비 인상, 특히 메모리 가격 인상이 가장 큰 우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가능한 범위에서는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달 공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 가격이 전작보다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까지 높아진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부품 부담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 이후 가격 동결 기조를 이어왔고, 2024년 선보인 '갤럭시S24' 시리즈에서는 기본형과 플러스 모델 가격을 유지했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도 전 모델 가격을 동결했다.
칩플레이션은 PC 시장도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27일 출시를 앞둔 '갤럭시북6 프로' 출고가를 341만원부터 책정했고, 최고 사양인 '갤럭시북6 울트라'는 460만원대 후반까지 올렸다. 전작인 '갤럭시북5 프로'가 170만원대에서 시작했던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이 적지 않다. LG전자도 '그램 프로 AI 2026' 16인치 모델 출고가를 314만원으로 책정, 전작보다 50만원가량 인상했다. 노트북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5% 수준에서 최근 30% 안팎까지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가격 인상 흐름은 스마트폰과 PC 등 IT 기기 수요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제품 가격이 비싸질수록 소비자들이 기기 교체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모두 떠안기 어려운 만큼 가격 인상과 수익성 방어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은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칩플레이션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을 둘러싼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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