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KDB생명과 예별손해보험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교보생명의 시선은 결국 금융지주사 전환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에 이어 손해보험까지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보험업법 규제와 자본 부담이라는 현실적 제약 탓에 대형 인수전보다는 실속형 딜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최근 KDB생명 매각 예비입찰 참여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예별손해보험 회계 실사 작업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KDB생명 예비입찰 참여와 예별손보 실사를 단순한 투자 검토를 넘어 금융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확보할수록 금융지주 체제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는 만큼, 교보생명이 사업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은 앞서 지난 4월 약 9000억원을 투입해 SBI저축은행 지분 50%(1억5614만7223주)를 추가 확보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교보생명의 지주사 전환 추진에도 탄력이 붙은 모습이다. 교보생명은 2023년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에 착수했지만 주요 주주였던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컨소시엄과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되팔 권리) 분쟁을 겪으며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보유 지분 매각에 합의하면서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금융지주 체제 전환 작업도 다시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입장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은 기업가치 제고와 직결되는 과제다. 보험업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저축은행·손해보험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경우 수익원 다변화와 계열사 간 고객 기반 공유가 가능해진다. 자본 활용 효율성 제고와 조달 경쟁력 강화 효과까지 더해질 경우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의 손해보험사 확보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KDB생명 인수는 기존 생명보험 사업 확대 성격이 강한 반면 손해보험사 인수는 교보생명이 보유하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더 크다는 평가다.
교보생명이 손보사를 확보할 경우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상품의 교차 판매뿐 아니라 고객 데이터 활용 범위 확대, 보장 영역 다변화 등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는 롯데손해보험과 같은 대형 손보사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예별손보가 보다 유력한 대안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손보의 매각 가격이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반면 예별손보는 공적자금 지원이 더해져 인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격이 낮다는 점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손해보험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예금보험공사는 예별손보 인수자 측에 최대 1조2000억원 규모의 경영 정상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이후 자본확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 원매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교보생장이 대형 M&A를 추진하기에는 보험업법상 자회사 보유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는 금융당국 승인 아래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지만 일반계정 기준 대주주 및 자회사가 발행한 채권·주식 보유액이 자기자본의 60% 또는 총자산의 3% 중 작은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의 자회사 지분 보유 한도(총자산의 3%)는 4조4421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대주주·자회사 주식 보유액에 해당하는 타법인출자 장부가액은 2조8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SBI저축은행 지분 취득액 9000억원을 더하면 교보생명이 신규 자회사 인수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6624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대주주 및 자회사 채권 보유액까지 반영할 경우 실제 인수 여력은 이보다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보생명 입장에서 포트폴리오 확대에 뒤따르는 건전성 관리 압박도 과제로 꼽힌다. 특히 손보사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변동에 따라 수익성과 자본 부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인수 이후 추가 자본 투입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손보사의 손해율 리스크가 연결 기준으로 반영될 경우 교보생명의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이 증가할 수 있다. 요구자본은 지급여력(K-ICS·킥스)비율과 기본자본비율 산정의 분모에 해당하는 만큼 확대될수록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현재 규제 환경과 자본 여력을 감안하면 대형 매물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인수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매물을 중심으로 선별적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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