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신안그룹 창업주 박순석 회장의 2세 승계 구도가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장녀 박서연 대표가 이끄는 '신안코스메틱'의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가 주목받고 있다. 겉으로는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실제 매출 상당 부분이 계열사 거래에서 발생하고 있어 향후 승계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신안코스메틱의 전신은 2009년 건물 유지·보수업체로 설립된 산스코다. 이후 2012년 아름연화장품으로 사명을 바꾸며 뷰티 사업에 본격 진출했고, 아름연과 아울(AOWL) 등 자체 브랜드를 선보이며 화장품 계열사로 변신을 꾀했다. 2015년에는 박순석 회장의 장녀 박서연 씨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 내 비주력 사업인 뷰티 부문의 독자 성장을 모색했다.
현재 신안코스메틱은 화장품 사업과 함께 운송·물류 용역을 주요 수익원으로 두고 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신안코스메틱의 성적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25년 기준 매출액 165억원 가운데 약 150억원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부분은 이 매출의 상당 부분이 화장품 판매가 아닌 운송·물류 용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휴스틸이 강관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운송 물량을 신안코스메틱이 맡으며 매출을 올리는 구조다. 신안코스메틱이 실제 물류 기능을 얼마나 수행했는지에 따라 단순 계열사 간 운송 거래인지, 불필요한 중간회사를 끼운 이른바 '통행세' 구조인지 평가가 갈릴 수 있다.
이 같은 사업 구조는 향후 승계 과정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신안코스메틱의 최대주주는 지분 35.2%를 보유한 박순석 회장이다. 박서연 대표의 정확한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신안코스메틱을 장녀 박 대표가 이끄는 사업 축으로 보고 있다. 향후 박 회장의 보유 지분이 박서연 대표에게 이전될 경우, 내부거래로 외형을 키운 회사가 오너 2세의 자산이 된다는 점에서 사익 편취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중견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등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신안코스메틱에는 부담 요인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뿐 아니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중견기업집단에 대한 점검도 확대하는 추세다. 이미 물류·운송 분야에서 부당 지원 혐의가 포착된 다수의 중견그룹이 조사 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내부거래 저격수'라고 알려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해 말 취임 이후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안코스메틱의 2세 경영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박서연 대표가 화장품 사업 본연의 성장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승계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신안코스메틱의 과제는 그룹 내부 물량이 아닌 외부 시장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내부거래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독립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남 박훈 대표가 휴스틸을 중심으로 제조 부문을, 차남 박지호 씨가 신안캐피탈을 중심으로 금융 부문을 맡는 구도가 형성되는 가운데 장녀 박서연 대표의 신안코스메틱은 독자 경쟁력 입증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신안그룹의 2세 승계가 사업 부문별로 진행되는 모습이지만, 각 후계자가 확보한 사업 기반의 질적 차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신안그룹 관계자는 "신안코스메틱은 그룹 내 비주력 계열사 중 유의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며 "승계구도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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